밤일을 마치고 퇴근하는 아침 딱히 할일없다는 생각에
자칫 침대에 누웠다하면 한나절 고스란히 깨져버린다.
고런 기특한 생각을 하고 올려다 본 하늘이 참 맑다.
자시 디려다 보문 구름 밑으로 둔덕 하나 보인다.
그리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공원 하나 이쁘장하게 맹글어 놨다.
태실공원이라 부른다.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아직 따져보지 않았다.
그리고 누구도 내게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
다만 그림처럼 제법 오붓한 오솔길 하나 나있는 초입이다.
꽃됴코 녀름도 하고 갈이 되문 낙엽도 제법 쌓인다.
어쩌다 운 좋은 날이면 이쁘장한 아낙과 마주치기도 한다.
그런날은 대게 새까지 날아와 우짖어 준다.
그래서 이곳에 오는 날이면 제법 정갈하게 채려입고 나선다.
꽃이 이쁜데 어찌 벌이 찾아들지 않으랴!
본의 아니게 밥벌이 안니해도 되는 날이 오문
허구헌날 무엇하랴 싶을때가 있었다.
물가에 낚싯대 드리우는것도 하루이틀
가끔씩 자시 디려다 볼일도 있으려니 해서 이른바 데쌀이란걸 하나 장만했다.
태실공원에서 내려오는 길
양쪽으로 아파트먼트가 즐비하다.
예전에 다 논바닥이었는데 이곳에 농사짓다 영면하시던 귀신님덜
혹여 이곳에 터눌러 사는 자손덜이 있어 지사밥 자시러 나오셨다가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에 성급히 돌아서 가시거나
귀신같이 전말을 파악한 귀신님덜은 아연실색에다 기절초풍도 모자랄 천지개벽 아니겠는가?
우림 1차, 중앙하이츠빌, 코아루, 대원칸타빌, 우림2차, 한라비발디, 대우이안, 쌍용스위트 닷홈 등등
거대한 건설사 모델하우스 같이 구성된 동네에 대략 8천 6백세대들이 우리두 아파트먼트 산다며 제법 으쓱거리는 사람덜이 모여 사는 동네
처음 이곳을 설계한 사람이 누군가 모르겠으나 아파트 단지 옆에 아주 기특하게도 자연 방죽을 그대로 살려 호수공원이라 명명하고 가꾸어놨다.
제법 넓은 공터도 있어 여름엔 음악회도 하고 공짜 영화도 보여준다.
뒤 잔디언덕은 공연이 있을땐 관람석이고 눈 내린 겨울에 비료푸대 하나 들고가면
눈썰매장도 된다. 병아리 같은 아해들이 소풍나와있다.
자시 디려다 보구 싶어서 몰래 렌즈를 땡겨찍었다.
오래전 입적하신 탄허스님께옵서 이르시길 우리나라 장래가 참 밝다하셨다 들었다.
왜 그리키 생각하시냐는 우자의 질문에 아해들의 눈망울이 맑고 젊은 처자덜이 날로
이뻐지기 때문이라고 답하셨다 했다.
당시 고승의 예언은 세월이 지남에 따라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 증거에 다름아니지 않겠는가?
또 어느 어른께옵서 우리 중생은 슬픈 존재라 가심 아프게 말씀하시는것도 들었다만은 그래도 난 이 세상 사는것이 소풍나온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더 수긍이 간다.
비오면 비새는 집에 비설거지 하느라 후다닥 거리며 살다가 일가족 이끌고 저 15층에 둥지를 튼지 삼년 남짓이다.
팔순 노모께옵서 첫 겨울을 나시고 내 생에 따땃한 겨울 난것이 이번, 여기서 처음이라는 말씀에 목이 메이고 그래 잘왔다 잘왔어 혼자 중얼거렸었다.
저녁 반주로 막걸리 한 대포 들이키고 누운 저녁이나 밤일 마치고 돌아와 옥매트 스위치 눌러놓고
누워 있노라면 등허리 따땃해 오는 늦은 아침에도 주문처럼 중얼거리곤 한다.
그래 잘왔다 잘왔어 암만........
반말하는 재미에 건방이 늘어진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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