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를 “저희나라”로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적이 있었다.
나라와 나라는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식민지가 아닌 이상 “우리나라”라고 해야 옳음에도 라디오나 티뷔에 나와서 꼬박 꼬박 “저희나라”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듣기가 참 거북했다.
국가대항전이 벌어지는 운동경기를 중계할 때 나온 해설자들이 그러했고 심지어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인들 학자들까지도 즐겨 사용(?)하는데는 울화까지 치밀곤 했다.
이러한 “우리말 제대로 못하기”도 유행을 타는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보인다.” 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보여진다”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른바 “식자층”으로 분류될 학자나 정치인들이 티뷔고 라디오고 구분하지 않고 출연해서 보이는 것을 “보인다”라고 하지 않고 “보여진다”고 또박 또박 말하는데 역시 거북한 수준을 넘어선다.
“소를 도살해서 나온 고기”는 당연 “쇠고기”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고기”로 부르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아주 “소고기”로 굳어진 듯하다. 이것이 맞는 말이라면 닭이 낳은 알을 “달걀”이라하지 아니하고 “닥알”이라 불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된다.” “안된다.”의 구분도 어쩜 그리 틀리게 사용하는지
“아니 되어요”를 줄이면 “안돼요”로 하면 되는데 왜 “안되요” 라고 적는지 인터넷에 떠도는 영화 자막의 오류도 심각한 수준이다.
제대로 읽으면 자연스레 뜻이 와 닿는 말의 오류도 적지 않다.
남에게 지은 “빚”을 이야기할 때는 “비즐”이라고 해야 함에도 “비슬”이라고 잘못 읽어 혼돈을 주는 경우가 그렇고 “열흘”이면 “십일”, “열하루”면 “십일일” 이렇게 이야기 하면 되는데 서로 간 말글살이에 자신이 없으니 명토 박아 이야기 한답시고 “십날이야 십날” 이렇게 약속날짜 잡는 사람들…….
“후덥지근”이 아니고 “후텁지근”이라고 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상급반에서 다루어야 할 문제다.
다른 사람에게 내 아버지를 우리 아버님이라고 말하지 말라 숱하게 타일러야 했고 매장의 아가씨들로 부터 은행이고 기업이 고간에 고객센터에 근무하시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아니, 그들에게 응대요령을 가르치는 강사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노니 제발 우리 말 제대로 좀 쓰도록 일러주시길 …….
“넥타이가 빨간색과 파란색이 있으시고요 고객님께 매고 계신 노란색 넥타이도 아주 예쁘십니다.”
넥타이가 감격할일이다.
“요즘에는 이런 상품이 잘 나가세요”
실제로 잘 나가지는지는 몰라도 나가던 상품이 황송해서 다시 들어올 일 아니겠는가?
세상 바쁘게 돌아가니 긴말을 줄여서 하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고
시간차도 많지 않은데 “먹을거리”를 굳이 “먹거리”라고 우겨 말하는 데는 가슴이 먹먹해 온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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