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영화 "아바타" 봤습니다.|

조강옹 2019. 12. 24. 08:36

재작년

중국 장가계에 처음 갔을 때 그 험준하고도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절경을 바라보면서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문득 이 노랫말이 생각났다.


아들이 그랬다.

볼만한 영화라고, 게다가 쓰리디(3D)라는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입체영화에 대한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그러면서 정작 줄거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아들은 늘 그랬다.

미리 알면 그만큼 흥미가 반감된다는 이유였고 그것이 이 아비에 대한 배려인줄 알면서 궁금증과 더불어 서운한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기다리는 기쁨도 있지 않겠나싶었었다.


아바타

“전체의 대강”이야 이미 인터넷이나 기타 매체에 널리 알려진 거 새삼 옮겨놓을 필요까지 있겠나.  허두에 뜬금없이 장가계 얘기를 꺼낸 것은 장가계의 경이로운 절경을 바라보면서 새가 되어 날아봤으면 하는 나의 바람을 하나 부족함 없이 완벽하게 채워주었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크기의 나무와 온갖 동식물들의 호화로운 색채는 장가계의 그것보다 대략 열배쯤 더 웅장하고 아름답게까지 그려냈다.


이처럼 단지 볼거리가 풍족하다고 해서 이 엄동설한에 많은 사람들이 극장을 찾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구의 자원을 고갈시킨 “우리”가 다른 행성으로 필요한 자원을 찾아간다는 전제가 주는 암시적인 의미와 그 풍족한 자원이 널려있는 그곳에 사는 외계인(나비족)들은 전기다리미처럼, 티뷔처럼, 꼬리를 전선인 양 삼아  플러그처럼 나무에, 새에, 온갖 것들에 꼽듯이 연결하여 소통하며 스스로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그려내는 솜씨가 아주 탁월하였다.


과정이 복잡하고 절차가 까다로우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로 아니, 그들보다 강자라는 이유로 내게 필요한 그들의 것을 무력으로 쉽게 빼앗으려는 주전파와 그들과 대화하고 타협하고 화해하여 평화적으로 얻으려는 주화파간의 갈등으로 번지고 대부분의 영화 줄거리가 그러하듯 소수의 주화파가 다수의 주전파를 이긴다는 권선징악의 구도 또한 나름 괜찮아 보였다.

고소공포증까지 유발할 정도로 첨단 CG로 포장한 완벽에 가까운 입체 영화 속의 절경과 주연과 조연들의 실감나는 연기를 통해 만든 이는 아마도  작금의 4대강 사업 등과 같이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온 나라가 갑론을박으로 가마솥에 물 끓듯이 시끄러운 요즈음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희망일까? 절망일까?


말미에 극적으로 살아난 남녀 주인공이 마주보면서 한 말이 아직도 귓전에 맴도는 것은 짧고 쉬운 덕에 금방 알아들은 영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I  see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