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눈은 왜 서쪽 지방에만 내리는가?

조강옹 2019. 12. 24. 08:30

모내기를 하고나서 일주일쯤 지나면 본논에 제초제를 뿌려줍니다.
모 외에 다른 올미라든가 방동사니 등의 잡초를 제거하는 선택성 제초제입니다.
흔히 "푸마시"라는 제초제가 그 중 많이 쓰이는데 바람에 날릴 정도로 가는 입자로 되어 있는데다가 논 300평에 제초제 3kg 들이 한 봉을 고루 뿌려주어야 하니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그나마 바람 한 점 없는 날은 괜찮은데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라치면 마치 사격이나 양궁에서 사수들이 오조준하듯 바람에 비껴갈 만큼 예상해서 뿌려주게 됩니다.
그러나 상당한 경지에 이르기 전까지는 먼곳에 한 군데로 몰리게 뿌리거나 그렇게 되면 다음엔 더욱 조심해서 한다고 하는것이 발밑에 몰리게 뿌리게 되지요.

이쯤에서 각설하고요

겨울에 내리는 눈은 다들 아시다시피 하늘나라에서 선녀님들이 마치 조강이 논에서 제초제 뿌리듯 눈꽃송이를 뿌려준다것은 익히 알고계시리라 생각됩니다.
담당부서가 서천에 기거하는 선녀들인데 어느 조직에서나 궂은일은 새내기 몫이지요.
하나같이 숙명적으로 잠자리 날개같은 얇은 옷 입고 사는 선녀들인지라
차가운 눈꽃송이 뿌리는 일은 영락없이 신출내기 몫이라는것은 인간세상이나 마찬가지일터,

그 새내기 천사들이 처음부터 어찌 조강이 논바닥에 제초제 뿌리듯 능숙하게, 골고루 뿌릴 수가 있겠습니까?
서툰 솜씨로 좀 멀리 뿌리다보면 동쪽 산간지방에 폭설이 내리게 하고 가끔은 울릉도 까지 그 여파가 미치게 되지요.

그러다 보니 다음엔 좀 가까이 던져 제대로 뿌려야겠다 싶게 뿌리다 보니 너무 가까이 던져 서쪽지방 서천, 장항은 물론이고 정읍,고창 일원 등지의 호남지방에까지 폭설이 내리게도 하고요
그러다 이제 요령도 생기고 제법 능숙하게 될 즈음이면  골고루 제대로 뿌린 결고운 눈꽃송이가 충청북도 일원에 뿌려지게 되는것입니다.

이렇게만 되면 바야흐로 한반도에 폭설이 내릴일은 없게되고 언제나 전국적으로 골고루 눈이 내리게 될터인데 이듬해가 되면 또다시 새내기 선녀가 이 일을 맡게 되니 요령 터득한 선녀가 제대로 뿌린 눈이 늘 오는것은 아닙니다.

요번에 서쪽 지방에  눈이 계속 내리는 것은 올들어 처음 일을 맡게 된 새내기의 서툰 작업의 결과라 생각됩니다. 아마도 다음엔 동쪽 산간 지방 쪽으로 몰리겠지요

 

강원도를 비롯한 동해쪽 여행을 계획하신 분은 일찍 다녀오시거나 뒤로 늦추는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됩니다.  다음 달 중순쯤 되어서야 비로소 요령 터득한 선녀에 의해 질이 좋은 눈이 충청북도 일원에 고루 뿌려질것으로 예상됩니다. 속리산 눈이 유달리 하얗고 결이 고운것은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것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충북에서 조강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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