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주례사

조강옹 2019. 12. 24. 08:21

존경하는 하객 여러분!

양가 친지 여러분!


우리는 방금 전 우리 앞에선 두 젊은이가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부부로서 인연을 맺고 여생을 같이 하겠다는 아름다운 약속을 지켜봤습니다.


이렇게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 새로운 연을 맺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부부라는  인연에 대해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오늘날 지구상에는 68억 명의 사람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오직 한 남자 정계정군과  또 한 여자 윤미라 양이 서로 만나 사랑을 하게 되었고 이 귀하되 귀한 사랑을 바탕으로 가정을 이루고 오래토록 행복하게 살아보자 하는 큰 약속으로 인연을 맺는 것

 이것이 혼인이고 혼약 아니겠습니까?


그런 사랑을 그런 약속을 오래토록 변치 않고 지켜 나가는 비결은  무엇인가  저는 부부간에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상대방을 위해 양보하고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고 배려하는 마음  이것이 부부간의 사랑이자 예절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늘 한결같으면 참 좋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 또한 사람 사는것아닌가 싶습니다.

한해 두해 살아가다 보면 긴장도 풀리고 커다랗게 보이던 상대의 장점은 점점 작아 보이고 보이지 않던  흠결도 하나 둘 눈에 띄게 마련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도 때론 실망으로 바뀌고 이런 서운한 감정이 쌓이다보면 부득불 다툼이란 것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마치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의 교통사고처럼 일방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구나 잘못은 상대방에게 있으니 먼저 사과하기를 기다리는 것이지요.


서로 말도 아니하고 눈길도 주지 않고 때에 따라서는 단식투쟁도 마다않으면서 하루 이틀 사흘 힘들고 어렵게 지내게 됩니다.


나흘쯤 지나다 보면 생각이 좀 달라집니다.

대체 이것이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

세상 그 많은 사람 중에 오직 나를 위해 세상에 나왔다고 생각했던

내 아내/ 내 남편 아니었던가!


이 하찮은 자존심 싸움에서 이긴들 이게 무슨 자랑인가?

상대방을 원한다면 기꺼이 하늘에 별도 따다주고 목숨 걸고 강을 헤엄쳐 건너 꽃도 꺾어다 주리라던 그 초심은 어디로 갔는가?

그래.

내가 좀 지나쳤구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는 말씀이지요.


결국 타이밍 잘 잡아서 상대방에게  미안해요 이 한마디 어느 쪽이든 먼저 던지면 상대가 뭐라 나올까요?

경험에 의하면 아니에요 실은 내게도 잘못이 있어요. 당신이 먼저 사과하니 내가 외려 더 미안하네요.


처음엔 서로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다툼이 종당엔 서로 자기가 잘못했다고 우기면서 끝을 맺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로 감동하는 것이지요.

이사람 보기보다 괜찮은 사람이구나!

내가 처음 봤던 그 사람 맞구나


어떤 이들은 둘이 끌어안고 엉엉 우는 사람도 봤습니다.

이런때 밀려오는 행복감이라는것은 우리가 싸우지 않고 덤덤하게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상의 행복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가끔씩 다투시되 먼저 사과해서 다같이 행복한 그런 삶 영위하시기 바랍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 많은데 그래도 양가 부모님께서 앉아계신데 효에 대해 말씀을 아니드릴수 없습니다.


굳이 백행의 근본이다 라는 성현의 말씀을 빌지 않아도 이것은 자식된 도리이자 의무입니다.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서는 우리가 오월이 오면 한번씩 불러보는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 그 노랫말 그대로 가슴에 새기시면 될것입니다.


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이렇게 애써 길러주시고서도 우리의 어머니 우리의 부모님들의 자식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자식이 다 성장한 이후에도 오직 자식이 잘되기만을 기도하면서 살아가시는것입니다.


문기대어 기다리는 마음  백세지모 우 팔십지자

그러한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제는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그런 걱정을 덜어드리고 나아가 부모님을 위해 자식으로서 해드릴수 있는것이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 바로 효의 시작이다 라고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큰 것 바라시는 부모님 세상에 안계신줄 압니다.


외출하려 밖에 나갔더니 의외로 바깥공기가 차더라 이거지요

들어와 긴팔로 갈아입으면서 잠깐 부모님 생각하세요.


어머니 밖에 날씨가 차네요.

외출하실 때 긴팔 챙겨 입고 나가세요.

문자라도 보내드리세요.

우리 며느리 최고로구나 금새 감격하시는 것이 부모님의 마음이지요.


앞으로 살아가면서 종종 처갓집으로 나들이 할 때가 있지요

둘러앉아 식사를 하다보면 맛있는 것 사위 앞에 놓여있습니다.

그중 제일 맛있는 반찬 슬그머니 장모님 앞으로 돌려놓아드려 보세요.

그것 넌지시 바라보시다 목이 메여 식사 그만두시는 것이 우리 부모님이십니다.

 

이러한  자식들의 작은 관심이 부모님들에겐 큰 기쁨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작은 효를 실천하다 보면 살아가면서 우리가 부모를 위해 할 일이 뭔가 하나 둘 깨닫게 되고 눈에 보이게 됩니다.

그렇게 실천해가면서 살다보면 없는 복도 저절로 굴러들어오게 되고 늘 웃으면서 살아가게 되고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 잘 만났구나.

우리 행복하구나.

요대로만 계속 살았으면 좋겠다.

..........

이런 모든 것들의 시작은 부부간에 있어 상대방에 대한 무한 사랑, 무한 배려,  무한 희생, 무한 양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가슴에 새기기를 바랍니다.


해서, 신랑 신부

명실 공히 부부로서  지금 이 마음 이대로 영원히 퇴색되지 않고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축원 드립니다.


양가 혼주분

자녀분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신데 대해 사회구성원의 한사람으로 깊이 감사드립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기를 또한 축원 드립니다.


이 자리 끝까지 함께 해주시고 축복해주신 내빈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면서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이 두 젊은이와  더불어 어느 시인의 말씀이 아니래도  소풍나온듯이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 다 같이 열어 나가자는 말씀 끝으로 주례사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2009년 10월 24일 주례 조강.

 

내 살던 동네 가난한 이웃이 배필을 구했는데 주례를 못해 안타까워한다는 소식을 듣고 흔쾌히 생애 두번째 주례섰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