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순.
계절로 분류하자면 겨울인데 날씨가 아직까지 가을이라 우기는듯한 요즈음 .
경험에 의하면
금요일날 저녁이 얼마만큼 행복하고 느긋하냐의 정도는 대략 지난 5일간 얼마만큼 바쁘고 힘이 들었느냐의 정도에 비례한다.
금싸라기같은 주말 하루 어찌 보낼거냐?
문득 생각이 났다.
대둔산으로 가자!
그렇게 찾아간 11월 둘째주 토요일 오전의 대둔산 풍경이 대략 이러했다.
아주 오래전
형제들이 어머니 보시고 케이블카 타고 올랐던 곳.
걸어 올라가기로 작정하고 가는 길
동학의 전적이 남아있는 곳
가을의 잎새과 사람의 옷이 어우러진 곳에 아침 햇살이 촛점을 맞춰 눈부시다.
대개의 높은 산이 그러하듯 대둔산은 돌로 이루어진 산이다.
오랜 세월 누군가에 의해 주변의 돌을 모아 계단을 쌓았고 그 길따라 올랐다.
더러 올려다 본 풍경이 위와 같았고 내려다 본 풍경이 또한 아래와 같았다.
시간을 아껴 케이블카 타고 올라온 사람들과
요금을 아껴 걸어 올라온 사람들이 만나는 곳
더 이상 아낄것이 없으므로 동행하는 시작점이기도하다.
왼쪽으로 저 곡한 사다리를 오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다.
이미 사다리에 오른 사람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 더욱 시간을 지체하고
밑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사진 그만 찍고 얼렁덜 올라가!" 고함을 지른다.
걸음이 지체되는 것은 비단 사진찍는 연유만은 아니다.
올라가면서 좌우를 둘러보면 말 그대로 괴암괴석이 눈에 들어오는데 다물어진 입을 오무리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을 저만큼 오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우리 사는 세상은 다름아닌 신이 가꾸는 거대한 정원이다.
이런 생각을 굳히게끔 만드는 비경
세월따라 낡아지고 삵아지고 늙어지는것 들 중의 하나
페인트로 덮으로 했지만 어쩔수 없는 흔적
잔주름 제거 효능이 있다는 값난 화장품 또한 속으로 늙어지는 것을 감추지는 못할진저!
저 녹이 흉이라기보다는 관록이듯이
얼굴의 잔주름 또한 경륜이란 생각으로 들여다 보면
젊음보다는 외려 늙음이 더 아름답고 값지게 평가받는것이 어찌 문화재에만 들이대는 잣대이겠는가?
휴게소겸 식당에서 배낭을 풀었다.
일금 오천냥의 따뜻한 어묵 한 냄비로 인해 우리의 점심이 따뜻해지고 풍성해졌다.
산!
쉽게 오르기 위해 다리를 놓고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말뚝을 밟고 하는 일련의 행위들에 대해 찬반의 의견이 있다.
자연이니 만큼 그냥 자연스레 말뚝하나 허해서는 아니된다는 의견도 나름 일리가 있고
노약자나 장애우들을 위해, 또 그러하지 아니한 사람들의 산행에도 안전을 위해 최소한의 개발이나 훼손은 불가피하다는 의견 또한 나름 일리가 있다.
적어도 오늘 대둔산의 "개발"이나 "훼손"은 후자의 논리가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보기에 거슬리지 않았다는 말씀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의견이라는 전제하에....
그리고 가까이 있는것보다는 멀리 있는것이
올려다 본것 보다는 내려다 본 그림이 더욱 아름다워 보기에 좋았다.
밑에서 부터 오르고자 하는 정상이 보이는 산행이 있고
9부 능선에 오르고도 정상이 보이지 않는 산행이 있다.
일찌감치 정상이 보였기에 시간 가늠하기에 참 좋았던 그러면서도 생각보다 쉬 다가오지 않았던 곳
다시금 내려가는 길에 만난 쉼터
새벽 두시 사십분에 눈이 떠지면
다시금 잠들기 어려워 뒤척이는 횟수가 늘어나고
이리 저리 몸을 뒤척이다가 내 나이가 쉰 일곱이라는데 소스라치고
하는 일에 비해 턱없이 높은 월급을 받는 직장의 소중함 보다는
너무 오래 다닌고로 이쯤에서 일을 접고 싶다는 생각의 간절함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세상사 이제는 내 알바 아니다.
음봉산 산자락에 장난감 같은 황토집 짓고
막걸리병 위 맑은 술 조심스레 따라 마시며
아직도 감이 열리는 팔십일평 작은 텃밭 언저리의 그 감나무 처럼 늙어지고 싶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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