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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기행- 인재 자작나무 숲

조강옹 2022. 9. 22. 13:47

봄처녀는 "꽃다발 가슴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오는지 모르겠지만 가을은 키 큰 사내의 "롱다리"로 성큼 성큼

온다.

 

이미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겨버린 두 아들 앞에 앉히고 우리 내외 나란히 뒷좌석에 앉아 강원도 가는 길

 

차창을 내리면 생각보다 훨씬 시원하고 맑은 공기가 차안으로 밀려들어온다.

 

이래서 강원도가 좋다!

 

자신도 모르게 깊은 들숨에 긴 날숨 뱉어내면서 숙소 가는 길에 들른 자작나무숲

 

초행이 아니기에 위로 향한 임도로 올랐다가 계곡 따라 내려오면 되는데 공사중이란 팻말로 막아놓았다.

 

부득이 아래로 난 길로 향하면서 이따가 이 길 따라 도로 내려와야 한다는 실망감이 살짝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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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말않고 받아들이기에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흐르듯

 

풀 한포기부터 수백년 늙은 소나무까지

 

지렁이부터 사악한 뱀까지 산은 모든 것을 품는다.

 

사람들로 예외 없이 넉넉한 품속으로 찾아든다.

 

펭귄들이 서로를 의지 삼아 극한의 찬바람을 견디듯

 

저렇게 모여서서 바람이 불면 자작자작서로의 가지가 바람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이름으로 지었다한다.

 

아직 겨울은 멀기에 나무는 하늘만 쳐다보고

 

아해들은 앉으나 서서 햇살 받아가며 노니는데

 

내 생의 끝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으로 하늘만 쳐다보는 자작자무를 쳐다본다.

 

 

 

 

몬스터라 부르는 괴물이 실제 존재한다면 이 거대한 숙소도 벌집처럼 보일 것이다.

 

생각보다 훨씬 규모가 큰 숙소는 울산바위 코앞에 지어져 있었고 베란다쪽으로는 삼척 앞바다가 잡힐 듯 내려다 보인다.

 

솔잎 넣어 삶은 도야지고기 썰어 소맥을 반주삼아 가족들과 더불어 배불리 저녁을 먹고 나니 내게 부족함 전혀 없다.

 

다만 누군가 던져준 별을 받아드는 소녀가 넘어질듯 위태하게 서있는 모습이 영 불편하여 바로 세워놓고서야 편히 잠자리에 들었다.

 

때는 바야흐로 저무는 828일 여기는 숨쉬기 편한 강원도의 밤이다.

 

투비 콘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