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송악산으로 가는 길은 봄에 산방산 쪽으로 내려오던 길을 더듬어 올라가는 길이다. 길도 거슬러 올라가고 시간도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풍경들과 사람들이 보인다. 그럼에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보다 뒤돌아본 풍경이 더욱 아름답다. 그래서 자전거 세우고 카메라 꺼내들기 일쑤다. 이후 서쪽으로 걸을 때마다 불끈 솟아오르듯 봉긋한 송악산은 한라산과 더불어 어디서든 눈에 들어왔다. 저 밑 정자에 자전거를 놓고 송악산을 오른다. "제주에는 도둑이 없습니다." 안덕 창천에서 하룻밤 묵기로 하고 자전거를 어찌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내게 안주인은 웃으면서 말했었다. "혹여 누가 집어가지나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되돌아보면서 자전거의 안녕을 확인한다. 늙은 탓이다. 송악산 전망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