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집 처마 밑에 걸려 미이라처럼 말라가면서 생전에 살아 움직였던 것은 죽어서 움직이지 아니하고 살았으되 죽은 듯 움직이지 않던 것은 아직 죽지 아니하고 "씨앗"으로 걸리었다. 자전거를 즐겨 타던 작은아들이 제 차에 자전거를 싣고 와 동해 바닷길 따라 달리다가 이정표보고 다녀갔다면서 가보자 해서 들른 곳 - 왕곡리.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어른들은 일하러 들로 나간 내 어릴 적 동네처럼 텅 빈 마을, 내 숨소리 내가 들으며 훔쳐보듯 기웃거리는 것이 한편 불편하고 한편 조심스러웠다. 한발 한발 까치발걸음 옮겨가며 이집 저집 기웃거리면서 내 어릴 적 살던 동네에 대한 추억이 저 옥수수 씨앗 같이 기억 속에서 죽은듯 살아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씨앗”이 다시금 부활하듯 되살아나 잠시잠깐 오래된 과거 속으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