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지금쯤 초조한 마음으로 시험지 받아들고 정답을 골라내어 답안지에 옮겨 적고 있겠지
아침에 문자로 넣었는데 받아 읽었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에 응하여 그가 알고 있는 정답을 빠짐없이 답안지에 옮겨 적게 하소서!”
그래 아비 마음은 이것뿐이다.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믿음과 그 믿음을 가지고 오늘까지 착실히 준비해 온 너이기에 결과에 대해 굳이 연연하지 않을란다.
많은 사람들이 예고된 실패라 여기고 있음을 우리는 안다.
결과가 어떻든 담담히 받아들여야 겠지만 설령 그리된다 할지라도 그것을 진정한 실패로 받아들이지는 않을란다.
왜냐하면 우리 사는 것이 어차피 과정의 연속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그 과정이 누구보다도 성실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임해온 너이기에 성공이냐 실패냐는 시험 결과로 가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 아비의 생각이다.
그간 네가 애쓴 만큼 그것만 가지고도 우린 성공했다고 아비는 믿는다.
그래, 인생의 큰 고빗길에 너는 서있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시험지 받아들 때의 그 차분함으로, 그 담담함으로 하나씩 하나씩 옮겨 적으렴.
옆에서 지켜주지 못하고 일터에 나와 일을 손에 잡지 못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자판 두드리고 있는 지금 네 어미는 지금쯤 보탑사 대웅전에 꿇어 엎드려 불공드리고 계시겠지
돌이켜 보면 그렇다
너희 둘을 키워내면서 우리 가끔씩 이렇게 평가받고 심판받을 때 우린 늘 기도했다.
우리 아이들로 하여금 그들이 애쓴 만큼만 에누리 없이 결과로 나타나게 해 주소서!
우린 기쁜 마음으로 결과를 받아들였고 여기까지 왔다.
유독 아이들을 좋아하고 네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이기에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개의 큰 고비를 넘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기 바란다.
그래서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우리 아들로 하여금 그가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흘려야 할 땀이 얼마인지를 알게 해주소서. 그리하여 그가 그만큼 땀을 흘리는 가를 지켜봐주시고 결국 그가 뜻한 바를 이루어 우리 모두 같이 기뻐할수 있도록 그를 격려하소서!
오늘이거나 다음 그 언제이거나!
*오늘 사범대 국어교육과 다니는 큰아들 임용고시 치는 날입니다.
시험종료 한시간 반을 남겨둔 지금 기도하는 마음으로 적었습니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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