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대전 운운하며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해괴한 판결도 받아들인 터, 세대합산 종부세가 위헌이라는 판결 또한 옳다고 치자.
비록 잘못이라 해도 있는 집 사람들한테 거두어 들였던 돈인데 번갯불에 콩 튀기는 재주라도 있는지 대상 20만명에 물경 6000여억원을 올해 안에 모두 돌려주겠다한다.
잘못 거두어들인 세금이니 가급적 빨리 돌려주겠다는데 시비걸 일은 아니지만 엊그제 통지서 받고 신청한 학교용지 분담금 환급과 비교해 그 속도가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것까지도 좋다. 그간 정부의 행정력이 향상되어 앞 당겨 시행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박수라도 쳐줄까 두 손을 들었다가 내려놔야 했던 이유는 바로 오늘 출근길에도 신경써야했던 승용차 홀짝제가 생각나서였다.
아시다시피 지난 7월 15일 정부는 유가가 130달러까지 치솟자 150달러에 이르면 시행할 계획을 앞당긴다면서 승용차 홀짝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기타 공공기관 직원들을 대상으로 승용차 번호 끝자리에 따라 홀짝을 구분하여 해당되는 날 즉 절반만 운행을 하라고 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수남이 아부지”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다며 안장에 올라앉아 손을 흔드는 모습이 티뷔에 나오는가 하면 연로하신 총리께서는 비장한 각오로 걸어서 출근하시겠다하시니 만백성이 감격하여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넉 달이란 세월이 흘렀고 계절도 바뀌었다.
유가는 이미 그 당시 가격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지 오래고 저 종부세같이 복잡하고 일이 많은 것을 단시일 내에 처리할 수 있는 행정력을 갖춘 이 정부가 “고유가시대 대비하여 시행하던 승용차 홀짝제는 유가가 하향 안정되었으므로 이쯤에서 해제한다. 그간 불편을 감수해가면서 따라준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짤막한 발표문 하나에 종이 한 장 들이지 않고 시행 가능한 전자문서로 기안하고 시행하면 될 일을 몰라서 아니하고 있는지 알고도 아니하고 있는지 그것이 참 궁금하다.
오늘도 홀짝을 가리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버스타고 돌아서 출근하는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아침 찬바람에 무르팍 비벼가며 자전거 타고 출근 할 “수남 아부지” 장관이나 목도리 두르고 걸어서 출근하고 계실 연세 높으신 총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승용차 홀짝제 해제가 종부세 환급보다 우선해서 처리해야하지 않을까? 그분들 역시 이 정부가 끔찍히 여기는 강부자의 일원이 아닌가싶어서 드리는 말씀이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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