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점심먹고서

조강옹 2019. 12. 24. 08:44

집에 있으면 밖이 그립고 밖에 있으면 집이 그리운 법

어제 집 나간고로 서둘러 서둘러 퇴근한 일요일 아침

 

집에 있었던 고로 밖이 그리운 가족들 하나같이 밖으로 나갔으니

텅 빈 거실에 홀로 앉아  물러나는 햇볕 바라보며 졸고 있노라니

시장기가 돌았던 것이다.

 

혼자라도 챙겨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냉장고 열어보다 눈에 띄었다.

비닐에 들어앉은 칼국수 딱 1인분  그래서 결정했다.  오늘 점심은 칼국수

 

대파 굵게 숭숭 썰고 약오른 청양고추 반으로 쪼개 씨를 빼고 다시 잘게 썬다.

냉동실의 팔할을 차지하고 있는 쇠고기 한덩이 꺼내 전자렌지 1분 가동후 먹을 만큼 잘라낸다.

무우 썰듯 싹둑 싹둑 썰어 놓고 김치는 그릇 구석에 먹을 만큼 가위로 잘게 썬다.

대책없이 도마위에 올려놓고 썰다가는 손에 냄새 배고 설거지할 때  도마 닦는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고추장 반술 일찌감치 덜어 내 놓았다.

 

물 끓으면 눈에 띄는대로 주섬 주섬 집어넣으면 암말 않고 절로 익어간다. 

면발이 퍼지기 시작하는 시간이 쇠고기에서 국물로 맛이 65%쯤 건너가는 시기이고 이때 김치의 맛은 국물로 73.5% 건너가는 시기이다.  이때 불을 약하게 줄이고 정확히 26.5초 경과후 불을 끈다.

 

 

인간이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먹을거리를 장만해서 식탁위에 올려놓은 그림치곤 대단히 문화예술적이라 아니할수 없는것이 바로 저 일백오십만 충북도민들의 아랫배를 따땃하게 해주는 청주 생막걸리와  또 그와 늘 함께하는 탁주잔이 저렇게 넉넉하게 채워져 주인 맞을 채비하고 있는데다  남국의 희귀한 과일까지 찬조출연한 것에 근거한것이다.

 

 

김치와 면빨과 고깃첨이 국물속에서 함께 노닐다가 뜻한바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이렇게 맺은 인연 갈데를 가리지 말고  같이 가자고.. 그리하면 갈때 아마도 우리가 같이 높이 들려져  함께 갈수 있지 않겠는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증거한것은 왼손이 아는지 모르는지 몰라도 오른손에 의해 행해졌다.

 

누구나 배부르면 너그러워 지는 법.

아직 더 뜯어야 할 풀이 남아있는데도 오늘의 이 성찬을 위해 스스로 생을 조기에 마감하고 일찌감치 차디찬 냉동고에서 때를 기다려준 워낭주인과  원숭이에게 유독 인색하면서도 인간에겐 그만큼 후한 남국의 과일과  정월까지 넘기도록 빛을 잃지 않은 경상도 어느 비탈진 계단에서 지난계절부터 햇볕을 탐하며 단꿈을 키우던 사과여 !! 그리고 유난히 부족한 일조량에도 불구하고 비닐하우스 속에서 부지런했던 방울 토마토!

그대들로 인해  오십세살 이 촌부의 이른 봄날 한나절  부른 배 두드리며 행복하였노라!

 

천성도 그러하거니와 음식이 맛이 있으니 냄비는 물론이고 수저까지 흔적없이 깨끗하고나!

우리의 몸도 마음도, 부엌까지 늘 이와같이 깨끗하게 살고지고!

하여, 편안한 마음으로 잠시 눈을 붙이고저 하니 아주 급한일 아니면 찾아오지도 말고 전화도 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날때까지 깨우지도 마옵소서!

 

배부른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