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내 새끼이거나 새 새끼 이거나

조강옹 2019. 12. 24. 09:04

도 닦는 스님들이나 겨우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

작은 아해를 데리고 청주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젊은 아해덜 군에 가듯

저도 안가면 아니되는 것 처럼 휴학계 내고 언어연수란 미명아래

너도 나도 다투어 뱡기타고 바다밖으로 나가는 시절이 시절이라

우리 아해도 예외가 아니어 설 쇠고나서 필리핀에 석달 보름여

이삭줍듯 제 나름대로 한아름 건져와서 흡족해하는듯 하여

숙명적 "스폰서"로써 참 다행이고 "싸게"치었다 생각했는데

 

허구헌날 방안에서 노트북 끌어안고 먹고자고 먹고자고

그렇게 한 여름  보내고서 홀연 시내 유학원 다녀오겠다 하더니

느닷없이 필리핀 찍고 캐나다 뱅쿠버로 간다하는 것이다.

 

어느 날이던가?

혈중 알콜농도 1.5의 만취상태에서 두 아해를 불러 앉혀놓고 이르기를

사랑하는 나의 아들들아!

너희들도 익히 아다시피 이 아부지는 배우고자 하는 만큼 배우지 못한 연유로

너희들 만큼은 배우고자 하는 만큼 배우게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한것이 아부지  마음이며

너의 어미 또한 아비맘과 크게 다르지 않으니 언제든 때로 배우고 익히도록 할지어다.

 

술깬 이튿날 아침에 가만 생각하니 아니해도 될 말을 하였고나

어쩌겠나 깨진 유리창이고 엎질러진 물이로다.

 

 몇날 며칠 꼼꼼히 싼 짐 가방 챙겨 도착한 터미널

오는 이 가는 이 서있는 이도 하나없이 우리 아해만 유아독존이다.

 

새벽 네 시

비로소 매표창구에 불이 켜지고 아해는 차표를 끊는다.

아해에게는 제가 가고 싶은곳으로 가는 약속의 표이겠지만

아부지에게는 부자지간 이별을 예고하는  황색등 쯤 되기 않겠나. 

 일백오십만 충북인 전용 인천공항행 리무진 버스

우리 아해도 일백오십만 충북도민중 일원이기에 승차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할까?

아부지는 아해의 생각을 읽는데 혹 아해는제 아부지의 생각을 읽는것은 아닐까?

아부지 생각일 뿐이고......

 

때가 되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인가 하는데서 봤다.

한번  날개짓을 배운 새새끼는 잠시 둥지 주위를 코스로 잡아 시운전한다.

자신감을 얻고 이젠 됐다 싶으면 잠시 생각끝에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리고 알을 품고 먹이를 날라다 주며 키운 어미새 한 번 뒤돌아 보지 않고

아주 멀리, 높이 날아간다.

어미새는 이제는 내 새끼 아니라는듯 부리돌려 날개밑 깃털만 훑어 내더라! 

 

새 새끼같은 아해 멀리 떠나 보내고 어미새 만큼 의연하지도 못한 우리 내외

안개낀 미호천 강변도로 말 한마디 아니하고 되돌아 왔다.

아직 미명이다. 

미호천변도 그러하고 우리 아해의 장래도 그러하고

먹먹한 이 아비의 가심팍까지..........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