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팔순 노모도 안해도 아해도 없다.
모처럼 혼자라는 사실에 마음이 참 편해진다.
티비 리모트 컨트롤 가지고 티비를 희롱하기도 하고 눈 녹은 벌판하며 자동차 씽씽 달리는 고속도로를 내다 보기도 하다가 때가 되었던 것이다.
거실 뒷베란다 문열고 뚜껑 덮인 냄비 들춰보다 발견했다.
내가 김칫국을 좋아해서 안해가 자주 끓여주는 것인지 아니면 안해가 김칫국을 자주 끓여주다보니 내가 좋아하게 된것인지는 몰라도 요즘 자주 먹은 듯하다.
옛말에 "국물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앞부분에 생략된것은 광운대 BBK 동영상을 보고 저 나경원이 어록에 새긴 "주어"가 아니라 "건더기는 커녕"아니겠는가?
혼자 먹는 점심
그냥 밥 말아 먹겠다고 열고보니 그리하기엔 건더기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
문득 떠 오른 생각 하나가 있어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저녁에 먹을 만큼 남겨놓고 건더기 적당량 건져내어 가위로 잘게 썰었다.
따라온 국물에다 맹물 조금 붓고 국시장국 조금 넣었다.
마늘 한 쪽 찧어 넣고 고추장 1/16 술 풀어넣은 다음 휘휘 저었다.
세상에 알고도 속는것이 몇 있다.
그중의 하나가 국수 양 가늠하기
엄지와 중지로 국수를 잡는데 엄지손톱 끝과 중지손톱의 시작부분이 맞닿게 원이 만들어 지도록 하여 양을 가늠하면 크게 낭패 볼 일은 없겠다.
삶다 보면 건져내는 그 "시기"도 참 중요하다.
어떤 이는 중간 중간 젓가락으로 건져내어 맛보다 혓바닥 데이는 사람도 여럿 보았고
몇가닥 건져올려 주방벽에다 어렵게 던져보고 국수가닥이 벽에 달라붙는 시점을 가늠하여 "때"가 왔다고도 하나 경험상 "이쯤이면 되지 않았겠나?" 생각이 들 즈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끓는 물의 면발이 짧은 시간안에 줄풍선에 바람들어가듯 굵어지는 것을 발견할수 있을것이다.
이 "때"가 바로 그 "때"이다.
안동산 참기름 딱 한 방울 떨어뜨렸다.
안해가 참기름 칠때 처음 서너 방울 떨어뜨려 주길래 농사짓느라 땀흘리신 친정부모 생각에 아까워서 그러는 줄 알았다.
그 "서너 방울"의 참기름 냄새가 국수 한 그릇은 물론이거니와 이곳 1200세대 아파트 단지내 1동 부터 16동까지- 1층부터 18층까지 고소함으로 진동시킨다는것을 주민들의 항의로 뒤늦게 알게되고나서 동 네 주민들 눈치보아감며 어렵게 한 방울 떨어뜨려 먹게되었다는 말씀이다.
흔히들 라면을 찾아도 "매울 신"자 씌어져 있는 라면을 찾고 칼국수 앞에 고유명사 처럼 붙던 "바지락"이 거하고 "얼큰이"가 내하여 동네 개들 조차 얼큰이 칼국수를 찾는다.
쫀득한 맛에 진저리 쳐가면서 몇 저범 떠 넣어 드시다 문득 허전할때
간장속에 촛고추 숟가락으로 받쳐들고 윗니 아랫니 가위삼아 반씩 베어먹으면 그 허전함이 채워진다.
처음 베어낼때 조심해야 할것이 무엇인지는 천천히 드시면서 스스로 체험하실수 있기에 여기서 따로 말씀 드리지 않을란다.
바야흐로 쉰넷
혼자 밥 먹다 보면 근원을 알 수 없는 설움에 반도 먹지 못하고 물 말기가 다반사
국물 내기 어렵거나 귀찮다 하지 말고 이렇듯 남겨진 것들로 배를 채우고나니
"음식"와 "쓰레기"의 차이가 남겨진 것들에 대한 먹고자 함과 버리고자 함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나아가,
내게 남겨진 것이 어디 저 건더기 넉넉한 김칫국 뿐이겠는가?............!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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