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조강의 제주도 이야기(2)

조강옹 2019. 12. 25. 05:51

 

 

우리 흔히덜 하는 얘기루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란 말이 있잖어유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루 해석덜 하시겄지만 여행이란 것이 일단 이 시작이 좀 산뜻해야 끝꺼정 기분 좋게 끝나는것일티구 또 어띠키 보자문 돈을 애껴가문서 댕겨야 겄지유.

 

근디 제주도 댕겨오는게 무슨 딸 시집보내기전 함진 애비 맞이하는것두 아닌디 일단 집나갔다 하문 그때부터 발짝 띨쩍마다 길바닥에 깔아야 하는게 또 돈이 아니겄나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서두 공항 입장에서 보문 뱅기타러 오는 사람덜이 너나 할 거 읎이 귀한 손님덜인디 마당에 차 세워 놓는다구 날짜 쳐서 주차료라구 받는 게 일 6천 원씩.................. 2박 3일 일금 1만 8천원

 

바다건너 제주도 까지 데려다 주구 데려오는디 1만 9천원에 비하문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싶단 말씀이지유 그리타구 뱡기를 무슨 콜택시 모냥 우리 아파트 앞으루 오라구 해서 타구 갈 수두 읎는거구 …….

 

참 같지 않은 일이다

 요 메칠 입맛만 쩍쩍 다시다가 오늘 아침 문득 생각하기를 청주 공항 안에 청주공항역이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거지유.

 

충북선 열차가 가끔씩 정차하는 무인역, 그 앞에 차가 몇 대 주차해 있는걸 원젠가 얼핏 본것 같어서 아침 퇴근하자마자 계단 옆에 겨울잠 자고 있는 자전거 깨워 앞뒤바퀴 바람 잔뜩 넣고 귀마개 챙겨 가보기루 작심을 했던거유.

공항 가는 길 이십 여리

가는 길은 바람이 등을 밀어 시원스레 내달려 도착해보니 과연

철길에 발 걸치고 삼십오 년째 밥 빌어먹는 사람이  요쯤 차 한 대

한 사날 주차해 놓는다고 해서 누가 무어라 할까 ?

따지구 보문 여긴 우리 마당 아닌가?!!!

 

주차비 1만 8천원

고유가시대 왕복 기름 값 후하게 쳐서 3,4천원 제한다 하더라도 족히 1만 4천원 번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속셈하면서 천릿길 그 한걸음

걸림돌 디딤돌 맹글어 놓고 오는 길은 맞바람 뚫고 오는 길이라

자세 잔뜩 낮추고 기어는 더 잔뜩 낮추고 힘든 오르막까지 가까스로 올라와 집에 도착하여 기분 좋게 점심까지 챙겨먹고 이젠 낮잠 한숨 때려야겠다

 

기지개 켜가문서 자세 잡으려는데 문득 휴대폰 문자 수신음이 “텅”하고 울리는데 덩달아 까닭 없이 가슴이 “텅”하고 울리는지라

 

서둘러 열어보니........

아들아!

애비가 이런말 하문 너 서운하게 들릴지 몰르겄다만

이른 봄 찬바람 맞아가문서 잔챠타구 가서 어렵사리 한 쪽 문 닫았다 싶었더니

고새를 못참구 고리키 금방 또 한쪽을  연다냐  열기를 ....

.

.

.

 

 건 그렇다 치구 낼모레

아부지 엄마하구 뱅기타구 제주도 댕겨올란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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