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작년에 갔던 캄보댜 서문

조강옹 2019. 12. 25. 06:37

 

 

 

물 고인 운동장 사진 찍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계절은 겨울에 닿아있고 해 마저 잔뜩 기울어 서산에 걸린 이 즈음

 

어제

본부 워크숍에 참석했어

순서가 돼서 준비된 유인물을 가지고 올 한해의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이어 반성 및 평가 ...

송년 분위기 속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하던 시절도 있었건만  새로이 각오를 다지고 일로매진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채 삼분이 지나지 않아 머릿속 복잡해지는 새해 업무추진계획을 이야기하고 당부사항이란 말씀으로 말미에 전해진 이 으름장 같은 처장의 훈시를 듣고 점심 먹으러 나오는 길은 찬 공기가 옷깃을 후볐어

 

순대국 한 그릇으로  점심 때우고

새마을호에 몸을 싣고 임지로  향하는 길

깜빡 깜빡

방전을 표시하는 충전 경고등이 들어오고 ,  그래 난 지쳤고나!

 

전에 계획이 있었어

퇴근 길 언뜻 라디오에서 들었던거야

대전 지방방송에서 주관하는 앙코르와트 여행

 

누구는 사전에 공부가 필요하다 했지만

난 그냥 가기로 했어

그냥 보이는대로 보고 느끼면 될 일이지

 

내게 필요한것은 방전에 방전을 거듭한

이 아둔한 머리에 충전 전류를 집어넣는것이지

그나마 겨우 돌아가는 잔류 전류마저 소비할 여력이 내겐 없거든

 

그래서 아기 예수가 세상에 나오신

이 춥고 눈 내린 아침

난 여권을 챙키고 반바지를 준비해서

햇살 따가울 남쪽 나라로 떠나려 하네

아주 오래전

돌 깨는 소리 들리는 세상에 나와

돌 깨는 소리 듣고 자라나

돌 깨는 일 하다가

돌 위에서 죽어갔을 인생들에 의해 세워졌다는 그 거대한 돌 건축물

 

 

.................

 

시원소주를 챙겨가기로 했어

뭐니 뭐니 해도 효과가  확실해서 쾌속충전엔 그만한게 없거든...

 

그런데 왜 이 얘길 자네에게 하느냐고?

내 자랑하면 시샘빨 가장 확실하게 받으면서 뒤끝없는 사람 또 없거든

 

댕겨옴세!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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