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어느 귀 밝은 시인이 있어 밤눈내리는 소리를 "먼 데 여인의 옷벗는 소리" 라 노래했습니다만
아마도 이른 아침 학교가는 자녀들의 안녕을 위한 늙은 아버지의 때이른 빗자루질 소리를 잘못
들은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모처럼 출근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토요일
아침을 늦이감치 먹고 나서 찬 공기 마시며 밖으로 나갔습니다.
아해들에겐 눈 덮인 공원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놀이터일테고
아버지들에겐 아해들과 놀아줘야 하는 마뜩찮은 노동의 현장일까요?
내 고종 아우 하나는 카톡으로 보낸 메시지에서
비는 어지럽게 와서 깔끔하게 가는데
눈을 아름답게 와서 지저분하게 간다합디다만
여인의 옷벗는 소리도 늙은 아버지의 빗자루질 소리도
들리지 않은 채 아침에 일어나 비로소 천지개벽했음에 놀라는
이곳 십오층 아파트먼트에서 내려다 본 눈 내린 세상은 아름다웠습니다.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
우리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었다해서
하루 아침에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펼쳐지기야 하겠습니까만
그래도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질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는
하여, 저 아해들로 하여금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하이얀 마음으로 자라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조강생각.
'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남자의 일생(1)| (0) | 2019.12.25 |
---|---|
빙어 일기 (0) | 2019.12.25 |
미호천의 아침 (0) | 2019.12.25 |
안동으로 부친 편지 (0) | 2019.12.25 |
내 마음속으로 흐르는 강-미호천 (0) | 2019.1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