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가뭄에 모든 풀들이, 낭구들이 잎새마저 떨구고 살려달라 머리 조아리는 요즘
낭중에 삼간짜리 초가 지을 터로 점찍어 놓은 곳에 삼채 모를 얻어다 심었더랬습니다.
두 줄로 심어야 하기에 투명 비닐 씌우고 이열 종대로 심었는데 삼채는 간 곳 없고 비닐 속에 무성하게 바랭이 풀만 자라나고 있습니다.
고심끝에 비닐 벗기고 바랭이를 제거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지 뽀얗게 일어나도록 말라버린 밭고랑에 바랭이는 어떻게 저렇게 무성하게 자라날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입니다.
가까스로 열매맺어 수확을 하고 콩대는 뽑아 버렸습니다.
올적마다 샘에서 물 길어 올려 한 바켓씩 주고 가지만 인공호흡기 꽂고 연명하는 중환차 처럼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고 저렇게 서 있습니다.
조치원장에서 사다 심은 대추나무 세 그루중 한 그루입니다.
주인이 터를 잘못 잡은 탓이다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져 옵니다.
집자리에서는 그나마 파뿌리카와 양배추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살충제와 뜸물약 한 번씩 쳤습니다.
속으로 얼마나 열매 맺을런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가장 씩씩하게 버티는 것은 고구마 군단
이 난세에 땅에 뿌리 박아 물기 뽑아올려 저렇게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불가사의입니다.
신의 존재를 강하게 부정하지 못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구요.
농사라고 하는 것
씨앗 하나 땅에 묻어 정성들여 가꾸면 저렇게 수 십배에서 수 백배 부풀려 우리에게 돌려주는 자연
밥 먹기전 기도하는 마음을 비로소 헤아릴수 있을듯 합니다.
세상사
이 가뭄에 모두 못살겠다 아우성일때 악착같이 줄기 뻗어가며 살겠다, 살수 있다며 무성하게 자라나는 바랭이의 극성도 필요하겠지만 뿌린대로 거두리라며 욕심 비워내면 저렇게 부풀려져 돌아오는 수확에 감사하는 마음에 저절로 고개 숙여지고 기도하게 되는 이 계절 언제까지 이렇게 마르기만 하겠습니까?
저만치 남쪽에서 장마전선 슬슬 올라온다는 소식에 수확의 기쁨은 두 배로 커집니다.
따라서 이제는 경작보다는 판로를 걱정해야 할때가 아닌가.....싶습니다.
팔십일만평 텃밭에서 조강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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