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요강, 테레비, 그리고 아내

조강옹 2019. 12. 23. 18:26

"요강줌 갖다 줄량교?"


"나 오줌 안메려운디..."


"나두 그냥 잘라요 그람"


"정하자"


"그래"


""가위, 바위.... 보!!""

.............


"삼세번"(내가 이겼을 경우)

.

""가위, 바위.... 보!!""  "보" "보"

.

.

.


우리는 방에다 요강을 들여놓고 산다.


막성사구체 신염이란 (오줌자주메려운병)것을 팔 년째 끼구 사는 아내를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그 편리성 때문에 우린 처음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이불 속에 빠져 나오기두 그러하려니와 요강 부실 때의 손끝에 전해오는 그 '섬짓함'이 그래서 대개는 즉석당번을 이런 식으로 정한다.


당번된 사람이 요강을 가져오면 그 요강을 자기쪽에 놓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진다.


그러나 잘 때 분명 내 옆에 있던 요강이 잠결에 찾으면 대개는 아내 옆에 놓여져있다.


그럼 자는 사람 깨워서 따진다.

.

.

"요강 갖구 갔지?"


"여 있니더.. 갖구 가소 음...."


한마디 하구는 돌아눕는다.

.

.

.

.

리모콘 고장나서 한번은 일어나야 끌 수 있는 테레비..

초저녁엔 채널권 가지구 짜그락 거리구

잘 때는 서로 끄구자라구 또 짜그락 거린다.


그것두 즉석당번을 정하기 위해 또 가위,바위... 한다.


매일 밤 벌어지는 이 두 번의 게임

대개가 그러하드끼

요강 당번은 내가 걸리고

테레비 당번은 아내가 걸린다.

이 나이 되도록 복권 한장 사본 적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

.

.

아내는 나보다 한시간 일찍 일어난다.

테레비 볼륨 적당히 키워놓고 나가는 건

불쾌하지 않은 기침을 위한 배려다


늦게 일어난 죄로 그 묵직한 요강을 화장실 하수구에 비우면서

그 싸아한 냄새에 잠을 깨면서...


부부라는 것..

근원은 다르지만 거부감 없이 잘 섞이는 오줌처럼

그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그 소중한 것을 담은 용기(容器)...

거기에서 나오는 찐~한 냄새가 그래서 정겹다.

 

2004.12.7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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