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설을 앞둔 맏메누리덜 한티두...

조강옹 2019. 12. 23. 18:41

언젯적이던가 모르겄네유

집이 큰눔이 지 에미한티 그러더라 구유

왜 다른 사람덜은 다 방안에서 먹고 노는디

엄마만 부엌에서 일하느냐구유


좀은 억울한 표정으루 그라는 큰눔을 옆이서 바라보문서

이눔이 어느새 이리키 생각이 깊어졌나 그런 생각두 들었구유

혼자 동분서주하는 안해 바라보문서 애처롭기두 했구유


실은 저두 남정네중의 하나라 잘은 몰러서유

뒤에 안해한티 물어보니께 그러더라구유


부엌살림이라는 것이

그 "맨날 부엌에서 사는 사람" 배끼 몰르잖어유

챙기름이 어디 있는지 들지름이 어디 있는지.....

손아래 동서 보구 가져다 달라문 그거 찾느라구 한나절...

그러다 보니 아는 사람이 그냥 하는게

그리니께 '부엌에서 사는 사람'이 그냥 하는게 속편하다 그러더라구유


그리타구 맨날 그리 속 편하지만은 않겄지유

때로는 야속하기두 하구 속상할 때두 있을거유


근디 미운 정이 묵으문 고운 정 디구유

그래두 언젠가는 그 정덜이 쌓이구 쌓여서


그래두 우리가 넘들보다 가차운

동기간이라는 거, 그냥 느끼구 깨닫구, 그리키 사는 거 같어유


안해가 한번 이런 얘기두 하더라구유

나가있는 형제 동기덜 오문은

이것 저것 쪼개서 먹거리 싸주시는 엄니

야속하다구 그러더라구유


하다 못해 마늘을 한접 주더래두 좋은걸루 골라 주구하다 보니께

치리기만 남구 그러니 우리는 맨날 찌그리기나 먹구산다구


작년 추석이었던 게비네유

엄니가 바쁘셨던지 안해한티 그러시더라는 거지유

'에미야 거 사랑 광에 시렁에 걸린 마늘 한 단만 막내네 차에 실어줘라'


안해가 사랑 광에 들어가 보니

마늘 두접 있더래유

하나는 실한거구, 또 하나는 좀 션찮은 거 걸렸더라는 거유


근디

근디 말유

우리 안해가 그거 하나 떼어 줘야 디는디

손이 그 실한 마늘단으루 가더라는 얘기지유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는 거유

엄니의 마음을, 아~!! 그래서 그러셨구나 하구유


나가있는 아들메누리덜

어쩌다 명절날 와서 선물보따리 풀어 놓으며 자랑 늘어 놓는 거

때로는 속상하구 꼴사납게까지 보일 때 있어유

솔직히 그 보따리 속에

집이서 대표로 고생한다구 맏동서 속옷이라두 한벌 껴 넣갖구 오문 좋겄는디..


근디

울엄니 그러시더라구유

그런 거 일년에 두어 번 하는 거 누구가 할 수 있는거라구유

맨날 조석으루 부디껴 가문서 목마를 때 물 한 잔 떠주는

디리구 있는 그 '맨날 부엌에서 사는 사람 '이 질루 미더운 메누리라구유..

.

.


사람 맘이라는 게 좀 요상한디가 있네비유

복작거리다가 썰물 빠지듯이 빠져 나가문

한편 시원하기두 하구 한편 허전하기두 하구 그런 거 있잖어유


설거지에다 그릇정리에다 할 일이 태산인디

좀더 눌러 있으문서 그런 거 찬찬히 거들어 줬으문 좋겄는디

나 몰라라, 차멕힌다, 부산떨며 서둘러 가는 거 바라보문

서운 할 때두 있겄지유


우리 지수씨는 그러시더라구유

동생 밖에서 시동 걸어 놓구 암만을 기다려두

부엌에서 남은 설거지 끝꺼정 하느라 정신 읎구유

안해가 등 떠밀어야 마지못해 손씻구 나오는 거 보문서


그 "맨날 부엌에서 사는 사람" 그리키 말하잖어유

에구 갈 사람덜 얼릉 가야지 .. 차 멕히기전에..........


물론 남은 뒷치닥꺼리 혼자 다 해야되겄지유 아니, 하문서 그랬던가유??????

다 가구 나니께 속편하다구..


가는 사람덜 어찌 먹거리만 챙겨서 가겄어유?

등떠민 손윗동서의 체온 등허리에 느끼문서

혹은 트렁크에서 새어나오는 '먹거리' 냄새 맡으문서


우리 다 아는 얘기지만서두

그 징글맞은 차멕힘 속에 서두 죽어라구 고향 댕겨 가는 사람덜이나

앉은 자리에서 맞고 보내는 사람덜이나 가슴 뿌듯이 밀려오는 거이

그것이 어찌 트렁크에서 새어나오는 그 먹거리 냄새 뿐이겄나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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