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이구 방송이구 하는짓이 애덜같은 으른덜이 잘덜 살어가다 하루 아침에 갈라스기루 했다는게 올림픽에서 메달딴거 멘치루다가 엄청 장한 일 을 한거 마냥 떠들어 대는게 영 못마땅하기두 하구 갈라스는 사람덜 보문 답답하기두 해서 멫말씀 디려볼라구유
우리가 시상 살어가문서 잊어버리구 싶어두 잊어 버릴수두 읎구 잊어서두 안디는게 멫가지 있지유
이거 아직꺼정 기억하구 기실라나 몰르겄네?
뒤통수는 엄청 가려운디다가 괜시리 다리 심 하낳두 읎이 서있었지유
앞에 서 기신 선상님 가심팍에 단 꽃만 쳐다보구 있을 수 배끼 읎는, 아주 거북시럽기 그지읎는 그때
아주 가까이서 얘기하는건디 저만치서 들리는것 같은 소리
“신랑 갑돌이는 신부 갑순이를 아내로 맞이함에 있어 기쁘거나 슬프거나 심하게 아플때두 아랑곳 아니하구 남편으 도리를 다 할수 있겄는가?”
“예” 하구 심주어 답할적에 파르르 떨리던 갑순이의 손 팔뚝에 전해오던 그 미세한 진동
갑순샥시두 다를게 읎지유
“네”하구 답할적이 옆에 갑돌이 움찔 하문서 감격에 겨워하던 그 순간 기억덜 나시느냐 그 말씀이지유
어떤 분덜은 어떨떨했다구 그라구 어떤이덜은 참 좋았다구덜 그러시지유
이리키 사람덜 마다 말이 다르구 표현이 달르기는 하지만 춘향이 오줌싸는 바람에 낙동강에 홍수가 나더라두 그건 상관 안할란다. 지금 요 사람, 지금 요 멤, 요것만 변치않게 해준다문 아니, 변치 않을티니께 요대루만 요사람하구 찰싹 붙어서 한평생 살다 갔으문 더 이상 원이 읎겄다. 그리 되도록 목심걸구 심 쓰리라!
요리키 다 작정덜 하셨잖어유?
내친김에 좀 더 거실러 올라가 볼까봐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작년인가 지작년인가부터 시작인 분덜두 있을티구 열 몇해전 아니 스무 몇해전부터 시작해야 하는 분덜두 기시겄지유
하여간에 다덜 바쁘게 사는 친인척덜한티 대략 달포전 버텀 구인장 박어 발부해 놓구서 거기다 이리키덜 썼잖어유?
“지가 살다가 참 괜찮은 사람을 하나 만났어유
그래서 생각끝에 둘이 같이 살기루 작정을 했어유
엥간하믄이 아니라 어떤일이 있어두 이 약속 만큼은 꼭 지키문서 살것이니께 엥간하믄이 아니라 꼭 오셔서 봐주시구 오실적엔 그냥덜 오시지 말구 도와주신다 생각덜 하셔서 봉투 하나씩 맹글어 보태주시문 백골난망 아니겄나 이 말씀 디리니 꼭좀 댕겨덜 가셔유.“
급기야 카나다에 기신 당숙아저씨, 아랫녘으루 시집가서 잘 살구있는 고종사촌누나, 강원도 공사판에 기신 둘째 외삼촌, 심지어 상갓집 섰다판에서 광값 떼먹구 필리핀인가 인도네샨가루 날렀던 옆집 아저씨 내외분덜 꺼정 급거 귀국하시라구 해서 국수 삶어놓구 이리키 약속덜 했잖느냐 이거지유
근디, 살다보니께 멤이 바뀌었다 이 말씀이지유?
아니문 살다보니께 사정이 생겼다 이 말씀이지유?
그 멤이구 어떤 멤이구 그 사정이 먼 사정인지 누구 말씀 좀 해보세유
............
뭐유? 성격차이가 나서 살기가 거북시럽다구유?
참 지랄떨구 자빠지는 말씀 하지 마셔유
사귈적 그 성격, 그 승질 몰르구 결혼하셨을리 만무구 설사(배아플때 거시기 하는거 말구유) 그리타구 해두 그 책임 절반은 너한티 있는거 아니냐 그 말씀이지유
질가는 사람 하나 아무나 붙잡구 뜯어보셔유
시상에 승질 읎는 사람 어디 있으며 그 승질머리란게 얼핏 사람덜 마다 서루 달른것 같어두 디지털 저울에 올려놓구 보문 소숫점 시자리꺼정 다 똑같이 조물주께서 맹글어 놓으셨다는것 아실랑가 몰르겄네유
상대방 승질머리 얘기할게 아니라 니 승질머리 먼첨 손보구서 그냥 눌러 사시기를 앙망유
...........
다음 분!
저기 손드신 분, 경제문제라구유?
참 이것두 지랄떨구 자빠졌다 말씀 아니올릴 재간이 읎네유
어림 짐작으루다가 미루어 내다 보건디 첨엔 서루 합심해서 잘 살었것네유
그렇다 보니께 살림살이두 나아져서 살만했었는디 뭐 사업이 부도가 났다거나 한 쪽이 보증같은 거 잘못서서 살림이 잦춰졌다 이 말씀이잖어유
그게 아니구 다른거라구 해두 대충 살림살이가 예전만 못해졌다 그것두 그리키 하지말라구 극구 말렸는디 지맘대루 하다가 그랬다.
결과적으루다가 이밥에 괴깃국만 자시다가 라면 끓여 찬밥으로 시장기 메꾸며 살아가다 보니께 그 화상만 쳐다봐두 억장이 무너지는것 같다.
대충 이런 말씀이지유?
답답하구 맹한 냥반 같으니라구, 억장 무너져 죽었다는거 신문에 난거 본적있으며 아침 여섯시 뉴스부터 밤 아홉시 뉴스에 그런 얘기 나오는거 봤냐구유?
잠시잠깐 생각덜 해보세유
애덜 키워오문서 초등학교 운동회 김밥챙겨 구경할적 애덜 이어달리기 하던거 기억나시는지...
머라구유?
계주 얘기하는거냐구유?
맞어유
그거 보문 잘 달리다가 꼭 한 명쯤 너머지잖어유
그리키 자빠졌다구 앉어 울거나 포기하구 금밖으루 걸어나오는 애덜 본적 있어유?
.............
그거유
사는것두 살림살이두 그 이어달리기하다 넘어진것하구 별반 다를게 읎다는거유
그냥 일어나서 뛰다보문 구경하는 사람덜 한티 박수 받으문서 들어오는거유
시상 살어가문서 어짤수 읎이 등수 메길적이 있긴 하지만 남녀가 만나 가정이루구 사는걸 등수 메기는거 봤냐구유
암튼 라면 잡숫게 딘 형편이라니께 한말씀 디리는디 그거 잡숫다가 질리문 거기다 신김치 넣구 끓여 잡숴 보세유
때로는 밥보다 맛있는게 라면이구유 그리키 열심히 라면 자셔가문서 살다보문 열린 대문으루 쌀짝이 집안으로 걸어 들어올날 있을티니께...
대문만 열어놓구 주무시문 가내평안은 따놓은 당상 아니겄냐구유
다음 분!
가족부양의무 불이행이라구유?
크크
부모 모시기를 소홀히 한다 이리키 말씀하시문 쉬운걸 가지구 쪽팔린건 아시는 모냥이네유?
어려운 문짜꺼정 쓰시구...
근디 이거 쉽게 풀수 있는 문제는 아니네유
연세가 얼마나 디셨어유?
설흔 댓 쯤 디셨나?
머유? 마흔 다섯라구유?
요즘 아낙님덜은 낯 뵙고 연세 짐작하기기 참 쉽지않지유
암튼간에 지금꺼정 시부모 뫼시느라 욕 참 많이 보셨겄어유
이런건 맥을 잘 짚어야 돼유
얼핏 한쪽 얘기만 듣구 보문 그집 메누리가 머 잘못했나부다 이리키 생각하기가 십상인디유 단언컨대 이건 메누리한티 문제가 아니라 아들한티 문제가 있는거 같네유
아자씨!
아니라구 펄쩍 띨건 아니라구 봐유
진 얘기 할거 읎구 그냥 지가 시키는대루만 하세유
지금버텀 가정사부터 직장사에 이르기 까지 마나님 보좌보다 우선하는거 하나읎이 살아가실것, 권장이 아니라 권고유
마나님께서 지금까지 부모모시구 산것만 해두 메누리로써 의무를 다했다 해두 지나친거 하나읎유
미치겄다구유?
그리키 펄펄 띨게 아니라 가심팍에 손얹구 생각해봐유
직장일 바쁘다는 핑게루 부모 모시는 일 죄다 마나님한티 띠밀어가문서 오늘꺼정 살었잖어유
마나님한티 시부모문 나한티는 내 부모유
아무리 부부 일심동체라 하나 내 부모 내가 안챙기는디 마나님이 챙겨주겄나 이것이 첫째유
둘째는 오늘날 꺼정 일년에 처가 멫번 댕겼나?
설에 세배는 하늘이 두쪽나두 댕겨오시구 장인으른 생신, 장모님 생신 이건 국경일보다 우선해서 직장에 휴가내구 댕겨 오실것.
집에 부모님한티 디리는 용돈의 따블로 처가부모한티 디릴것
어버이날은 엥간하믄 댕겨오시구 시간이 빠듯하문 처가부모님 입이 벌어질 만큼 정성들여 뭐든지 표시를 할것
이리키 하는게 그냥 처가루 흘러들어가는게 아니라 마나님 통해서 당신 부모한티 고스란히 돌아오는것이니께 이 일에 추호도 “아낌”이 있어선 안딘다는것 가슴에 새기세유
이리키 하시문 밤새 이맛박에 난 종기 이명래 고약 붙인거 멘치루 한달을 넘기지 않구 그짓말 같은 평화가 댁네 충만하리다 장담하는 바유
그리구 마나님 한티두 정중히 한 말씀 디리자문
이 시대 시부모 봉양하는거 그냥 운명으루 받아디리셔유
왜 나만 메누리냐, 더구나 맏이두 아닌디.. 이런 말씀 그냥 속으루 삭이시구
살아가세유
사람이 생각하는게 신의 경지에 근접하게 디는 경우가 종종 있는디
그중에 하나가 역지사지의 경우유
만약에 우리 사는 시상을 주관하는 수염 진 으른이 떡 하니 나타나서 이르시기를
“시어머니 인생하구 네 인생하구 원하문 바꿔줄티니께 골러 잡어라”
이리키 하신다문 그래두 내 인생이 낫다는 생각에 “이대루 지 인생 지가 살게끔 해주세유”
이리키 하실거잖어유?
그리구 이쪽 저쪽 얘기들어보니께 그나마 메누리덜 중에는 성격이 질루 좋구 이해심 넓구 하시다니께 지금까지 쌓아올린 공적 어디간들 에누리 있겄어유
아주 먼 훗날 복리루 이자쳐서 소숫점 세 자리까지 고스란히 복으로 돌아갈터이니 그리 작정하구 사시문 ‘고락“을 같이하겠다던 그 약속과 더불어 이 시대 행복한 아낙의 대열어 버젓히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수 있을거유
암만유, 그리 되시길 앙망유 복받으실껴
이 외에 또 딴 맘 품구 기신분?
읎어유?
.......
안기시냐구유
..............
요런자라서 꼭 디리구 싶은 말씀이 있긴한디 주위가 이러니께 끄내기가 참 어려운 얘기라구유?
알었어유
속두 많이 상하실티구 여러 가지루 생각이 많으신거 다 알어유
오늘 말씀은 여기꺼정 하구유
여러사람 있는디 말씀디리기 어려운 분덜 남으셔서 개별 상담하구서 가셔유
시간두 다됐구 한 말씀 디리문서 마무리 할께유
존경하구 사랑하는 갑순갑돌 아줌아자씨 여러분!
이혼이라구 하는게 말유
사람같지 않은 아자씨 하나하구 사람같지 않은 아줌씨 하나하구 갈라스는걸루 끝이 나는게 절대루 아녀유
츰에 약속할 때 시상에서 질루 소중한것 같구 그때 먹은 멤 한결 같았던것 처럼 질루 소중하구 한결같은 멤으루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아직 있어유
좀더 정확히 말씀 디리자문 그간 바뀌거나 읎어진거 하낳두 읎다 이 말씀이지유
그 귀하고 소중한 사람, 사랑, 고대루 있는디 당장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섣불리 포기하는건 상대방을 포기하는게 아니라 나 자신을 스스루 포기하는거란 말씀이지유
남편이길, 아내이길, 부모이길, 사람이길.......
시상에 끝이 보이지 않아두 끝은 있는게 태반유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서둘러 극장에 들어설 때 처럼 사방이 캄캄하구 언제까지 그리키 어두울것 같어두 잠시 지달리구 보문 시나브루다가 내 자리 찾아갈수 있는 길이 보이는 것처럼 시상 산다는게 그런면두 있다 이거지유
그리키 지자리 찾어서 살다 보문 다리심 빠진 채 남편으루써 아내루써 도리를 다하겠다는 약속이 되 살아나구 편히 자리에 앉아 영화보듯 그리키덜 사시라는 말씀이지유
그러다 보문 때가 오게 디겄지유
우리가 가늠하는 때는 그때라야지유
우리가 갈라스구 싶지 않은디 어짤수 읎이 갈라서야 하는..........
“임자! 아무래두 내가 먼저 가야할까보네 그랴
우리 더불어 같이한 세월, 참 행복했네”
서루 눈물 찍어가문서
“먼질 이라구 하던디 심들어서 어찌 가신대유.
잘 가세유, 내 금방 뒤따를티니께 ”
.................................
아시겄어유?
갈라는건 이리키 하는거유.......
그리구 이리키 알아듣게 말씀 디렸는디 불구하구 끝내 갈라스기루 작정하신 냥반덜 기시문 갈라스기전에 느그덜 같이 살기루 작정했다구 그때 불러모은 일가친척분덜 한 분두 빠짐읎이 일일이 찾아뵙구 사죄디리도록 하세유
그리구 그때 받은 축의금에 곱하기 백을 해서 돌려디리기 전에 느그덜 맘대루 절대루 갈라슬수 읎다는거 명심하세유
머라구유? 이미 돌아가신 분덜두 기신디 그분덜 한티는 어띠키 하느냐구유?
................
참 답답하기는
그분덜 찾아뵙기 전까지만 같이 사시라니께.......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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