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계시하 초동지절에 조강 삼가 아뢰옵니다. 거지반 다 왔을 터인데 동장군은 선뜻 문턱을 넘지 않고 밖에서 두리번거리는 것이 요즘 날씨가 아닌가 합니다. 아직도 자다 깨 정신이 맑아 오는 새벽이면 수양버들 늘어진 병영사 입구부터 수렴동 연화봉 석굴까지 열흘간의 장정이 완행열차 차창 밖 풍경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퇴직 이후 코로나 팬덤 거치면서 스스로 걱정할 정도로 급격히 저하된 기억력이 되살아나는 듯해서 기쁘고 죽기 전에 꼭 가봐야겠다 벼르시던 누이와 함께하지 못한 안타까움에 내 잘못인 양 송구한 마음입니다. 내 생애 소중한 기억이 화석처럼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바닥난 기억력 속의 잔해 박박 긁다시피 해서 사진 붙여 몇 줄씩 얹어보지만, 필치가 예전같지 아니함은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월을 비켜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