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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의 제주도 이야기(5)

조강옹 2019. 12. 25. 05:54

바뀌어서 불편했던 잠자리에서 일어나 창을 여니 창밖의 풍경이 기막히다.

어둠속에 얼떨결에 찾아든 숙소가 자리 하나는 제대로 잡았던 것이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기고 어제 맛들인 햇반과 변함없이 자리 지키고 있는 반찬 꺼내 아침을 끝내고

숙소를 나섰다.

 

 

얼추 시간맞춰 왔건만 이러다 배 안뜨면 어쩌나 걱정이 될 정도로 터미널이 썰렁하다. 

후에 시간이 임박해서야 하나 둘 모여드는 사람들이 그리 반가울 수가....

 

 

 

15분 만에 우도 도착

안해는 왕복 5천5백원의 배삯이 비싸다하였지만 물에 들어가면 벽돌처럼 거품도 나지 않고 가라앉는 내겐 5만 5천원이라 하더라도 감지덕지 해야 할 처지....

 

우도는 둘레가 사십여리라 했다.

자전거, 스쿠터,  네발 달린 간이자동차까지 대여 받을 수 있다하였으나 우린 일인당 5천원씩 주고 관광버스를 타기로 했다.

아직 계절적으로 날씨도 썰렁한 탓도 있었지만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사님의 개그맨 뺨치는 안내멘트에 즐거움이 배가 된다하였기 때문이다.  후에 이것은 사실로 증명되었다. 

첫번째로 가야할 목표인 듯  고릴라 같기도 하고 사자 같기도 하고...

이쯤에서 내려 걸어 올라가 등성이 넘어서면 그곳에서 기다리겠노라며 버스는 가버리고 열댓명 일행은 버스에서 내려 등대가 보이는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초입에 매어 놓은 말이 눈에 들어왔다.

 

제주에는 말고기를 판매한다하여 한 번 먹어보기로 작정하였다가  이 사진 찍으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게다가 삼국지 읽다 보면 군량미가 떨어졌을 때 말을 잡아 먹었다는 귀절이 생각나서  더욱 그러했다.

 

이쯤에서 우리 오늘 우도에 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연신 뒤돌아 보며 "우리 오늘 여기 오길 참 잘했다. 그치?"

수없이 뒤풀이 하건만 안해 또한 연신 "암만요. 아무렴요"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일찌기 안해가 그리한 적도 없거니와 그리 길지 않은 오르막 수시로 두리번 거리며 내 일찌기 이렇게 아름다운 길을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내 앞으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길을 볼수 있을까?!

취한듯 걸었다.

걷다가 잊은듯 두리번 거리고  그렇게 그렇게 한 발 한 발 걸어서 올라갔다.

올라가서 내려다 본 풍경 또한 그러하였거니와 

 

내려 가는 길

걸음 뗄적 마다 그림이 달라지니 안해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검멀레라고 했다.

무슨 연유에서 검멀레라 한다 했는데 오십 중반의 기억력이 어찌 감당하겠나?

검은모래가 제주도 바람에 "씰리고" 닳고 해서 변형되어 검멀레한다고 전해져 온다더라

이리 이야기한들 다녀 온  사람이 말하는데 누가 태클걸리오??!!

 

 

자료조사하면서 배운 신조어

"인증샷"

 

모래와 물빛이 아주 곱고 또한 맑았다.

하기야 물 흐린 제주가 어디있게나만 그 정도가 너무나 좋았다는 말씀이다.

다만 죄송한것이 사람빼고 찍은 사진을 올려야 도리인줄 아오나 그리 찍은 사진이 없어

부득이 올리오니 혜량하여 주시옵고  이래야 조강부처가 다녀왔다는 인증 또한 되지 않겠나??!!

 

어디선가 종이 울리듯 가야할 때가 되었나보다.

나를 섬으로 데려 왔으므로 다시 섬으로 데려갈 배가 저만치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운명으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짧은 시간

어느 시인이 그러했다고 했다.

 

"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바라옵나니 그리운것이 다 없어지지 않아도 좋으니

제게도 한 달만,딱 한 달만 저 섬에서 살게 하여 주옵소서!

 

간절한 마음으로 돌아 본 우도

등대는 안그런 척 먼 하늘만 쳐다보고 있고 아직도 머물러 있는 사람들

때가 되면  한 달만 눌러 살게 해달라고 뒤를 이어 기도할 사람들!!

이리 될 줄 모르고 아직 저렇게 노닐고 있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