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부산 네번째 이야기|

조강옹 2019. 12. 25. 06:06

높은 하늘에서 한 방울 "툭" 어딘지 모르게 떨어져 내려,  내 본디 높이 있었으므로 그곳으로 돌아가리라는 욕심 하나 없이 깨끗이 비우고 스스로 낮은곳으로 흐르고 흘러 더 이상 흐를곳이 없던고로 멈추어 고여 있는 곳- 바다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기로 작정한 바위와

시도 때도 없이 앞뒤로 사정없이 흔들어 대는 바람에 "이건 아니라"라고 맞서기 보다는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냐며 맡기고 흔들리되 푸르름만은 간직하기를 고집하는 소나무

 

이들이 그려낸 그림을 보고 발길을 멈추지 않을 재간이 없었습니다.

 

 

멀리 오륙도가 보입니다.

소나무 아래 얹어 놓은 듯한 거다란 바윗돌 두어 개

 

 

다가가 보니 새 한 마리 생각없이 앉아있었습니다.

"이 몸이 새라면"이란 제목의 노래가  생각나고  "....라면 " 이라 함은 가정법이고 "가정은 현재사실의 반대" 이 불변의 명제 앞에 잠시 절망합니다.

 

시리도록 파란 물색

앞서 해녀나 낚시꾼에 의해 도마위에 얹혀지는한이 있더라도 저 속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부러울 수 밖에요......  

 

어지간히 왔습니다.

앞서가는 일행에게 소리쳐 손 흔들라 하니 두 말 않고 돌아서서 흔들어 줍니다.

뜻을 이룬 사람들은 이렇듯 하나같이 관대해지는 모양입니다.

 

 

다가가서 내려다 보는 오륙도

조 뭐시기가 부른 노래로 널리 알려져 부산의 상징이 되어버린 오륙도

 

아무리 봐도 돌섬 두개 나란히 붙었는데 누군가 자세히 들여다 보아 다섯갠지 여섯갠지 셈을 했던 모양입니다.

 

"보이지 않는것을 믿는것이 참 믿음이다."

오륙도.... 그냥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약국으로 후송조치 되었던 안해와 만났습니다.

얼마나 반갑던지 눈물이 글썽이는데  안해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웃기만 합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 

멀리서 바라보던 광안대교 차 안에서 이동중에 내다봐도 거슬리지 않은 묘한 구조물

 

점심은 전복죽을 먹는다 하였습니다.

죽 나오기전에 안주로 나온 메뉴입니다.

자주 먹는 음식이 아니라 제맛을 알기에는 상당기간 수습을 걸쳐야 할듯합니다.

 

죽맛 또한 죽이는 맛이었습니다.

나오면서 사장님한테 잘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열심히 일해서 밥먹을 처지가 되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적잖게 나올것 같은 점심값은 실갱이 끝에 처남일동이 계산을 하였습니다.

평소 매형과 누나들이 안동 부모님께 잘해드린 고로 아들된 도리로 보모님께 해야 할 효도의  짐을 덜어주었음을 깊이 인식하며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할 기회를 달라는 간곡한 부탁에 저는 얼른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근처에 있는 시장에 들렀습니다.

등 굽은 할머니의 거친 손에 의해 만들어진 저 반찬

찬밥에 비벼 먹으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재래시장 구경을 하다보면 저렇게 살아가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오래 오래 사시기를 소망합니다. 

 

이렇게 힘들게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들 자녀 분들 중엔 학교 끝나고 어머니 일 도우러 오는 기특한 따님 몇몇 있고  자녀분들 중에 서울에 있는 명문대에 떡 하니 합격하는 아들 딸들 몇몇 있고 그들이 이 다음에  이 나라의 훌륭한 재목이 되어 강단에서 마이크 잡고 말하기를 오늘날의 내가 있게된것은 결코 내가 잘 나서가 아니라 오직 나만을 위해 당신의 모든것을 희생하신 내 어머니 덕분이라고 하여, 말하는 이나 듣는 이나 같이 울먹이는 감동을 완성해 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 생각해 봅니다. 

 

생선 몇 마리 

안동과 오창으로 가는 짐에 같이 싸여졌습니다..

삼천리 강산에 새봄이 왔기에 당근 감자에 싹이 납니다.

싹을 떼 버리고 내 놓으면 상품가치가 더 있어 보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과 언뜻 원산지 표시 단속인줄 알고 놀라던 농수산 시장의 상인을 생각하니 정직한 감자가 더 이뻐 보였습니다. 

 

 

잠 놀고 잘 먹고 갑니다.

서로 악수도 하고 부둥켜 안기도 하고 몇번이고 뒤돌아 보다 부산역으로 가는 길

"형부 저녁드시고 가시면 안되나?"

그냥 보내는 것이 맘에 걸린다며 몇번이고 간청하던 인정많은 처제 생각에 길가에 벚꽃처럼 마음이 환하게 밝아져 옵니다.

 

부산역 앞

저녁을 챙겨 먹고 가야도겠다는 생각에 국밥집 모여있는 골목에서 망설이고 있을 적

"저 집에 드가소 맛있게 잘합니다"

때 맞춰 추천해주던 젊은 친구덕에 맛있는 저녁 먹고  고속열차에 올랐습니다.

 

그리도 두시간이 채 안돼서 오송역에 도착했습니다.

까맣게 어둠이 내린 오송역

문득 "오송"이란 이름이  다섯 그루의 소나무에서 연유된것이 아니라 까만 밤에 본  까만 소나무에서 연유된 것은 아닌가  이런 짧은 생각 하는 사이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앞으로 몇번

이 오송역은

내가 좋아하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풍경을 만나러 가는 관문이 될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가 오면 어김없이 나를 데려다 줄 고속열차가 이맛박에 환한 불을 밝히고 달려올것입니다. 

 

미처 드리지 못한 말씀 아래 점 네개에 담고 마감하겠습니다.

 

....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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