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잠결에 비 내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뒷베란다 열고 내려다 본 각리 초등학교 운동장엔 저렇게 물이 고여있었다.
각리 초등학교 운동장에 고인 빗물로 간밤의 강우량을 측정할수 있다면
안해의 저 잠자리 포즈는 열대야 여부를 판단하는 아주 유효한 기준이 된다.
아주 고맙게도 비가 그쳤고
금싸라기 같은 이 주말 오전을 어떻게 인간다운 삶으로 채울것인가?
고민끝에 결정한것이 인근 진천에 있는 보탑사를 가기로 한것이다.
주차장엔 늘 저만큼의 차량이 주인을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보탑사는 비구니스님들이 도 닦고 계시는 곳이라서 그런지 봄에 오면 경내는 꽃대궐이다.
주차장 앞에 가꾸어진 연꽃밭
코스코스도 그러하고 목련도 그러하고 저렇게 순백의 꽃을 바라보노라면
생전 보지도 못한 유관순 누나가 입었을지도 모를 무명 저고리가 생각난다.
꽃이란 내려다 보기도 하고 올려다 보기도 해야하는데
진창에서 저리 피어나니 300mm 망원으로 바짝 당겨 보는 수 밖에.....
잠자리
여름 하늘을 나는 대표적 날것의 역할외에 가을의 전령이기도 하다.
이렇게 무더위가 우리의 삶을 삶아대긴 하지만 저만치 가을이 오고 있다는 전갈 아니겠는가?
생각하는데 한 줄기 바람이 만뢰산 계곡타고 내려온다.
입구엔 아주 오래된 나무 그늘 아래
아주 오래된 사람이 앉아 아주 오래되지 않은 몇몇 팔것을 내놓고 있다.
등허리가 꼿꼿하거나 굽어지거나
남정은 죽살나게 벌어 들이고 여편은 가만 앉아서 챙기기만 한다.
하여,
남정의 삶은 갈수록 쓸쓸하다 생각하니 쓸쓸함이 더해져 서글프기까지 하다.
해마다 여름이면 물가에 한번쯤 모시고 갔었는데
이제 오르막에 지팡이 의지삼는 노모를 모시고 다닐곳은 예뿐인가 하노라!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의 인내와 석공의 땀방울이 어우러져 저렇게 깔끔한 작품 하나
맹글었고나!! 반듯한 것을 바라보면 생각도 반듯해 지려니...
16mm 광각렌즈로 밀어내 찍어서 그렇지 기실 그리 넓은 공간은 아니다.
만뢰산이라 부르는 뒷산과 잘 어우러져 편안하고 조용하므로 자연 경건해질 뿐......
왼쪽으로 난 내리막 길
무엇이 있나 궁금해 따라 내려가다 절밥 얻어 먹은 적이 있었다.
왼편 아랫건물이 속세에서 "구내식당"이라 부르는 건물이다.
전해지기를,
주방장이 채식주의자이므로 메뉴판 아무리 들여다 봐도 비린내 나는 음식은 없다한다.
위 3층 건물을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며 찍은 모습이다.
하나같이 아담하고 깔끔하고 ......
뒷곁이다.
봄엔 꽃이 참 많이 피어났고 초파일 중생들 발길이 자연스레 멈추어지는 곳
스님들께옵서는 도도 잘 닦으시지만
구석 구석 쓸고 닦기도 열심히 하시는 모양이다.
우리 온다 얘기하고 온적이 없건만 손님 맞을 채비로 금방 청소한것 처럼 구석 구석 먼지 하나 없이 깔끔 청결하다.
다시 처음 들어선 자리에서 오른쪽 풍경
서울 어디쯤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하늘을 멀쩡히 날던 뱡기가 바다에 떨어지고
이런 얘기는 등진 속세의 이야기고 여긴 그저 고요하고 적막한 가운데 화두 하나 붙잡고
다 큰새가 좁은 병목안을 어떻게 빠져나와 하늘을 날것인가???
비싼 수박 잔뜩 사서 공양을 올렸건만 부처님께서는 말씀이 없으시다.
언제 우리 스스로 알아채고 가섭존자 처럼 미소로 답을 드릴수 있을런지....
아래 낮은곳에 위치한 일주문을 바라보다 문득 생각났다.
부석사도 그러하거니와 사찰은 스스로 낮은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높이 솟아난 풍경들도 하나같이 저리 낮아보이는 것일까?
찻잔을 사이에 두고 중생이 가로되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
스님께서도 가로되
"중생을 다 건지오리다"
미소실에서 나오시는 스님의 미소가 참 평화롭다.
무단으로 여기저기 카메라 들이대고 눌러대는 손 앞을 지나치면서
"잠시 지나감을 양해하소서!"
"스님께옵서 주인이옵고 본좌 한갖 손일뿐인데 어찌 그런 말씀을..."
스님께서 가로되
"주인이라 하오면 우리 모두 주인이지요"
조강 드러내 놓고 아뢰지는 못하고 내심
"우리 모두 손이기도 하옵고요..."
젊어 한때
독한 마음으로 토굴에라도 들어 앉아 면벽좌선하여 도를 구하고자 하는 기특한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게로 전해지는 붓다의 가르침은 동요의 노랫말 처럼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 같은 말씀이었던 고로 그저 생각많은 중생으로 살다 가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마음이 무거워져 오는 날이면
끌리듯이 찾아와 서 숨 쉬기 운동 크게 한번 하고 내려가다 보면 발길이 문득 가벼워진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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