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지리산 화엄사

조강옹 2019. 12. 25. 06:11

 우리를 하룻밤 재워준 지리산 가족호텔

내부는 전반적으로 청결했으며 전망도 좋았다.

다만, 반으로 깎아줘서 7만냥이라는 숙박비와 숙소에서 내부로 연결된 온천 역시 2천냥 깎아줘서 6천냥이라는 요금은 결코 싸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외려, 제값 그대로 받는다 생각하면 바가지 요금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 어디서나 펜션이 우후 죽순처럼 들어서서 수요에 비해 공급과잉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처지  게다가 계절적으로 비수기 아닌가?

준비된 식도가 없다면  급한대로 과도로라도 더 깎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3층 숙소에서 내다 본 풍경

중국 장가계의 그 비경을 처음 보았을 때 금강산에다 설악산 합쳐도 따라잡지 못할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이 나간적이 있었다. 

 

후에 비로소 알았다.

장가계 원가계가 아무리 비경이라 하더라도 산은 산이고 사람은 사람이라는듯 그저 바라볼수 밖에 없는 산인데 비하여 우리의 산은,  저 지리산이 그러하듯 어미닭이 병아리 품듯  사람과 사람이 사는 집과 맹수의 발톱과 산토끼 새끼까지 넉넉히 품어주는 덕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

 

 

화엄사!

속세를 등지고 생노병사의 비밀을 캐기 위해 숨어지내는듯 도 닦는 스님들이 모여 사는 곳

간신히 떼어놓고 온 속세의 사람들이 꾸역 꾸역 모여든다.

 

나무와 돌과 사람  그리고 하늘

 

 

손에 든 병물 마셔가며  언니하고  누나하고 손잡고 멀리서도 왔는갑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 내다 보이는 야트막산 산에 누워있는 봉분을 바라보노라면 곡선의 어우러짐중에서도 가장 절묘하고 아름답다고 늘 생각해 왔는데 이런한 대찰의 지붕과 돌계단 심지어 어슬렁 거리는 사람까지도 뒷 산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듯 보인다.

 

 

 

저 아해와 아해의 부모

이 땅에 머물다 간, 헤아릴수 없는 부지기수의 인생들에 비해 참 좋은 시절 세상에 나와 넘치는 복 빠트림 없이 챙기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예가지 올적 타고 왔을 자동차가 그러하고 그대 자녀에게 들려준 디카가 그러하고 어지럽도록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발맞춰 열심히 살아가는 것 같은 젊은 아빠 엄마가 그러하고  저 오월의 햇살에 눈부신 나무잎새의 푸르름처럼 파아란 마음으로 자라나는 아해들이 그러하지 아니한가?

 

엎드려 바라옵는것이 무엇일까?

 

 

 아주 짧은 순간 드는 망측한 생각을 가지고 소설 하나 쓰기엔 이들의 표정이 너무 평화롭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비오는 날이건 개인 날이건 외워야 하는 염불속에 담긴뜻은 저 대나무 울타속 풍경처럼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은  그래서 지나쳐가다 그러나 자시 들여다 보면 보일것도 같아 뒤 돌아 보는........   

 

 

 

그냥 마음 비우고 우리 따라오라는 듯 스님들이 앞서 인도하는 곳은 그들이 등지고 온 속세이자 우리가 가야할곳이기도 하다.

 

회자정리의 그 때가 되어 우리 가족들은 연장전 끝에 끝내기 안타로 역전승한  한화의 야구 선수들 처럼  두 줄로 마주쳐 지나가며 하이 파이브를 했다.

 

올라오는 길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고단 높은 곳에 어머니를 모셔 내려다 뵈는 풍경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노고단으로 가는 길목에 천은사 입구가 있었다.

우리는 천은사로 가는것이 아니라 노고단 거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했더니 이곳부터 이십여리가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라 관람료를 내야한다고 한다.

길목 지키고 있다 돈 내놓아라 하는것이 조선시대 산적과 무엇이 다르냐 따지다가 소귀에 경읽기

라는 생각에 차를 돌려 오던 길로 뒤돌아 나오면서 우리 이리하는것이 그르다 할수 없으나  옳지 않다 여기는것도 가끔은 모르는체 속아주며 사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안해는 꿀먹은듯하고 노모께옵서는 못들으신척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신다.

 

화두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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