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조령산이거나 이화령이거나

조강옹 2019. 12. 25. 06:15

 

이화령!

조령산과 백화산의 경계이자  충청북도와 경상북도와의 경계이기도 하다.

 

고갯마루엔 저령게 이화령을 알리는 돌탑이 있고 오른쪽에 충청북도 괴산 고추를 홍보하는 표지판이 서 있으니 아마도 이곳은 충북령인가보다 하였다.

 

아래 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처가 나들이 할적 쉬어가는 곳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주전부리 욕심에 "외갓집 아직 멀었어?" 라는 물음 보다는 "이화령 다가와?"라는 물음을 더 자주 묻곤 했다.

 

 

고갯마루 직전에 충청북도를 알리는  돌탑 하나 서 있고  그 옆에 충청북도 남자 하나 서 있다.

 

 

고갯마루 지나서 내리막 직전 경상북도를 알리는 돌탑 하나 서 있고  그 옆에 경상북도 여자 하나 서 있다.

 

휴게소 옆은 깎아지른듯한 벼랑이고 거기서 내려다 본 그림이다.

아래 두 줄 넓은 도로는 문경과 수안보를 잇는 이화령 터널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경상북도 돌탑 옆으로난 샛길 따라 오르는 길이 조령산으로 향한 등산로의 시작이다.

조령산 옆구리를 타고 가는 길이다 보니 산신령님 간지럼 태우는 것 같은 생각에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조금 가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문경쪽으로난 내리막 도로따라 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내려다 보는 풍경이 저리 아름다우므로.. 

관작이고 지위는 몰라도 산은 높은곳 까지 오르고 볼일이다.

사람사는 세상이 저리 아름다울진데 어찌 우리 사는 세상 사랑하시는 분이 하나님뿐이겠는가?

 

 

옆구리로 난 샛길따라 걷다보면 주워다 모은 듯한 돌 무덤도 보이고 저렇게 곧게 자란 소나무 부대도 만난다. 

 

돌 무덤을 지날때 안해는 내게 묻는다. 

 

"산 중턱에 어인 돌 무덤인가?"

난 기다렸다는듯이 둘러댄다. 

 

"임진난 당시 왜적을 무찌르기 위해 아낙들이 행주치마에 담아 올렸다하더이다."

 

"옛날 사람들은 전쟁도 참 힘들게 치렀겠구랴!"

 

................

 

 

오르는데 1시간 50분이라 팻말에 써 있는데 우린 두 시간을 넘겼다.

산을 서둘러 오르다 보면 볼 있는것, 들을 수 있는것, 느낄 수 있는것 들을 놓치기 때문이라 하지만 기실 성치못한 오른쪽 무르팍에 대한 배려때문이다.

 

예가 해발 1017미터라 하고  이화령이 548미터라 하니 "반은 먹고 들어가는"산행이었다.

그래서 말이 있지않았던가?

 

시작이 반이다고.....

 

난 곧게 뻗는 길 보다 저렇게  산과 계곡과 타협하여 구부러진 길을 좋아한다.

보기에도 참 알흠답지아니한가? 

 

펴서 좋은 것은 철사 뿐인가 하노라!!

 

떠나올적 집에 머물던 작은 아해가 그랬다.

근처 티뷔에 방영돼서 널리 알려진 폭포하나 있으니 들러오시라고..

찾아간 곳이 바로 여기 수옥폭포라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폭포에 남녀노소 구름같이 모여들어 동네 갓 시집온 새색시 쳐다보듯 하는 형국이고  가뜩이나 이름마저도 여자같은 수옥폭포가 얼마나  쑥쓰럽고 불편할까?

그럼에도 가는 사람은 다 폭포로 가고 오는 사람도 다 폭포에서 나온다.

다만. 오고가는 사람이 머문 사람보다 알흠답다 이유는 사잔에서 보시는 바와 같다.

 

 

 

 

나들이 하다 보면 이런 장면 가끔씩 눈에 들어온다.

하나같이 아빠는 사진을 찍고 엄마와 아해는 사진에 찍힌다.

아주 오래뒤에 아해는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같이 찍힌 엄마를 더 그리워할까?

아니면 자신은 찍히는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예쁘게 나오기를 바라며 주문처럼 하나 둘 셋 카운트하는 아버지를 더 그리워할까?

 

 

길가에 사과밭 하나 있었다.

열매가 선혈을 머금은듯 섬짓 할 정도로 붉은지라

비상등 켜놓고 줌으로 어렵게 당겨 찍고 보니 사과에 씌워놓은 봉지가 그러했다.

자주꽃 핀 감자는 자주빛이란 시가 있긴 하였지만 빨간 봉지 씌워 놓았다고 해서 사과가 더 빨개질까?

 

오십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아직 중반에도 이르지 못하여서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려우나 저렇게 산과 하늘과 조심스레 구부러져 난 찻길을 바라보노라면, 그리고  저렇게 때를 맞추어 씨 뿌리고 거두울 때를 가늠하는 사람이 어우러져 하루, 이틀 셈하듯 세월을 밀어내는 저 그림 하나 마음속에 새긴다.

 

충청북도 남자는 이렇게 생각많게 차 몰고 가는데  조수석의 경상북도 여자는 졸지 않는 척 하면서  힘들게 졸고있다.   이화령 고개는 아무래도 충청북도 땅이 맞는것 같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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