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감치 일어나 여수로 향했다.
가까이 있을거라는 생각과 달리 여수는 멀게 느껴졌다.
길가 눈에 띄는 기사식당에 들어가 아침을 먹고 나오면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기사식당 주인에게 향일암에 대해 물으니
경상도 억양의 남자로써는 보기 드물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여수 관광지도 하나 꺼내 건네준다.
돌산대교를 거너 향일암 가는 길은
어제 아무생각없이 순천에서 잔것을 아프게 후회할 만큼 멀었다.
대부분의 바닷가 마을은 이렇게 아늑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걸어 마을 가운데 까지 들어와서야 향일암으로 가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만난다.
가는 곳곳 고속도로비에서 부터 주차비,입장료....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대동강 생수 팔던 김선달은 참 양반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보폭을 강제하는 계단에 대한 거부감도 있거니와 오른쪽 무르팍이 우회전하자 한다.
달리 대안이 없기에 궁여지책으로 원자력 발전하는 것과
돌가루 부분별하게 부숴 모래 섞어가면서 물부어 비벼서 지어낸 건축물
편리성 만큼이나 에누리 없는 댓가가 저지른 사람에게나 그 후손들에게 까지 주어진다.
싫증 날 즈음 도착한 향일암
참 아름다운 그림 옆으로 언젠가 큰 불이 나서 새로 지은다 하더니 짓고 있었다.
바닷가 마을 만큼이나 보기 좋은것 중의 하나가 사람이 띄어 놓은 배
거품 내 뱉으며 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고시 합격을 기원하거나 복을 비는 마음으로 중생들은 저렇게 무릎을 꿇고
더러 불전함 앞에서 지갑을 연다.
따라하는 안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시작한다.
자식 위하는 마음 없는 어미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만,
무르팍이 닳도록 절을 하고 석달 열흘 날품 판돈 아낌없이 불전함에 통째로 넣은들
그로 인해 아들 잘되는 일 눈곱만큼도 없다.
다만, 자식 걱정하는 어미의 마음
먹은 만큼 위로는 될지언정이다.
따라서 스스로 걱정을 덜어내는거나
없는 걱정 만들어 놓고 절하거나 시주함으로 해서 만들어 놓은 걱정 치우는거나 매 일반이다.
현명한 어미는 전자의 경우요, 어리석은 어미는 후자의 경우 아니겠는가?
부처님 가르침중 경계하래 했던 삼독중에 하나가 어리석음이요
스스로 깨치는 종교가 불교라 했으니 내 아무리 일러도 임자 스스로 깨치지 않으면 모두가 허사로다.
묵묵부답 앞만 보고 걷는 안해에게 타협하듯 이른다.
기왕 절할거면 아무데고 한군데 정해서 진실된 마음으로 삼배 한번으로 족하되
큰절에는 적게 내고 작은 절엔 좀 더 내고 하면 되지 않겠나..........
.................
내려오는 길
역류성 식도염에 걸린 용이 뱉어내는 것을 약수라 하며 받아 마신다.
딱 한 잔 마실수 없겠냐는 물음에 딱 천원만 달라한다.
술도 잔도 입에 쩍 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이후로 오동도를 목적지로 삼고 가는 길은 반 시계방향으로 돌산도를 돌아나가는 길이다.
어디서고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바닷가 산기슭에 터를 잡고 옹기종기 모여사는 사람들의 터전이다.
낚시를 하다 보면 한번 놓친 입질이라해도 굳이 떡밥을 갈지 않아도 된다.
들어올적 담고싶었던 돌산대교의 모습이 다리 진입전 잠시 차가 밀려 기회를 준다.
인간이 맹근 구조물중 제법 아름다운것 중의 하나가 저런 모습 아니겠는가?
숱하게 들어만봤던 오동도
젊은이에게 부탁했는데 제법 잘 찍었다.
들어올때 타고왔던 전차
다시금 타고 나서는 길은 집으로 가는 길이다.
붉은 황톳빛의 남도를 뒤로 하고 올라가는 길
쪽빛 바다 아름다웠던 시월의 하늘과 산과 바다로 인해 오십 중늙은이 내외의 나들이
참 행복했다.
"다음에 시간내서 또 한번 다녀갑시다."
"우리 미처 몰라 아니간곳이 지천인데 길지 않은 인생 굳이 간곳 또 골라갈 여유가 있겠나?"
"말씀 듣고 보니 정녕 그러하오이다."
사흘 연휴의 가운데 도막
한산한 고속도로 쭉쭉 밟아 올라가는 길은 집으로 가는 길
여행의 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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