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담사란 절이 있었는지도 몰랐다.
대략 삼십여년전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느닷없이 권력을 움켜쥐고 이 나라를 "통치"했다가 권좌에서 내려와 골목 인터뷰를 마치고 홀연히 떠났던 사람이 목적지로 잡았던 곳
마침 강원도에서 하룻밤 묵어가며 모이는 모임이 있기에
오가며 길바닥에 까는 시간과 돈이 아까워 어딘가 한 군데 들름으로 해서 그 아까움을 다소 덜어내고자 정했던 곳
걸어서 한 시간 오십분
막국수냐 황태 해장국이냐
점심은 안해의 권유를 받아들여 황태 해장국으로 정했고 목소리가 아나운서 같은 젊은 주인의 설명대로 버스타면 10분이요 걸어가면 한시간 오십분
목적지에 들어서자
우리가 그렇게 찾던 막국수집이며 황태해장국집이 지천이다.
주차료 4천원
우린 경험을 통해서 깨닫는다.
이곳에서 식사하고 차 맡겨두면 주차료 4천원을 절감할수 있다는
그리고 우리가 3분만 참고 예까지 왔다면 이런 배 아픈일이 없었다는 그 가심아픔은 그래도 엊저녁 준비운동하듯 급히 마셨던 폭탄주로 쓰린 속 달래던 황태해장국의 그 시원함으로 위안삼고서
우린 일단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다리 건너 보이는 백담사가 의외로 한 눈에 들어왔다.
절간이 작아 보이는 것은 얼마전 다녀왔던 송광사의 규모와 자연비교되기 때문이리라.
절은 생각보다 작고
버스에 타고 온 사람, 오고 있는 사람 , 나가는 사람은 엄청 많은데 비해 절간에서 서성이는 사람은 별반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에서 버릴것 다 버리고 비울것 다 비운고로
수중에 29만원 밖에 없다 하시던 분이 머무셨다는 안내문
고개 내밀어 들여다 보니 겨울에 궁불 지피고 누우면 따뜻하니 겨울나기엔 제격이렷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어떻게 기왓장 얹어 지은 집이 주변산세와 그리 잘 어울리는지........
누구는 보는 안목이 있어 그렇다 할테고
누구는 카메라가 좋았기 때문이라 하겠지만
사람이 지은 집
이렇게 기와고, 초가고 할것 없이 자연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건축물이 또 있을까?
만해기념관
학창시절 즐겨외던 만해의 시가 걸렸길래 한 컷 찍었는데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지우기는 그렇고 모르고 찍은 사진 벌칙으로 열 번 암송하기로 하고 슬그머니 나왔다.
강변엔 저렇게 청천하늘에 잔별보다 더 많은 돌멩이들이 널려있고
과객들의 뭇 소원을 담아 쌓은 탑들
높이 쌓으면 쉬 무너진다
안해와 둘이 작은 탑 하나 세워놓고 나서 여름에 큰물지면 어쩌나
그 사이 걱정하나 만들어간다 쯧,
뒤돌아 본 백담사 전경
여기도 여름에 비 꽤나 왔었나부다.
돌에 끼어 사는 이끼
그대 늘 축축함으로 연명하는 고로
오늘 비 내린다는 일기 예보가 무척이나 반가웠거니와 아직 비내리지 않으니 초조하기도 하겠고나
그대, 아니 내리면 어쩌나 하는 초조함으로 오늘을 살고
우산없은 나는 내리면 어찌하나 하는 초조함으로 너와 작별을 서두를 수 밖에....
비운것은 무엇이고
얻은것은 무엇인가?
아마도 강 가운데 쌓아올린 돌탑 무너질 걱정 하나 얻은것은 분명하렷다.
7킬로미터 걸어가기로 하고 일주문을 향게 나선다.
들어올적
막 출발하려는 버스 두당 일금 이천원 내고 성급히 올라타고 보니 자리는 용케도 우리것 두 개 남아있었다.
운수대통이로고!
이것은 순간의 착각이었고
들어오는 사람은 부지기수였고
사람만 차면 버스는 출발했다.
길은 좁고 버스는 다녀야 했으므로 이렇게 콘크리트로 포장해 있었다.
마을 주민이 운영한다는 버스는 한탕이라도 더 뛰어야 산다는 듯
쏜살같이 달려오고 내닫기 일쑤였다.
극락보전
입구에는 기왓장이 부족하니 불사 좀 하시라
눈 똑바로 뜨고 절구통 만한 양촛대 들이밀던 보살님이 계시고
안에서는 아예 책상 하나 들여놓고 앉아 스님들 겨우살이 도와달라며 보채듯이 보시 좀 하고 가라시는 구걸보살님이 계셨다..
버스비 2천원이 왕복일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편도 요금이었고
욕심 비우러 온 중생들에게 강요된 보시로 복을 살수 있다는 부처님의 가피력을 담보로 사기치던 보살님네들...
한가로이 계곡따라 살아 온 얘기하며 내려가리라던 우리 내외의 욕심은 쉴새없이 오르내리는 버스의 쾌속질주를 위해 서둘러 길을 비켜줘야만했고 그때마다 아까 어디까지 얘기했는지 서로 물어가며 이야기를 이어가야 했다.
와중에 맑은 계곡물과 삼태기 만한 모래사장 그리고 오랜세월 때묻지 아니하고 함묵으로 일관하는 바위가 암말두말구 그냥 내려가라 하는것 같아 암말두 아니하구 내려왔다
한시간 반 동안.........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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