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쯤
낚시꾼들은 하루 해가 나날이 얼마만큼 짧아지는지를 안다.
그렇게 긴 해가 아닌데 행선도 더딘데 덤인양 해가 생각보다 길게 느껴지던 오후
"순천만 갈대"라는 얘길 어디선가 주워들어 온김에 가보자 했다.
여여로이 다니던 시골길
입구에서 잠시 지체되더니 순천만 입구라했다.
엄청나게 많은 자동차와
그에 못지 않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비집다시피 들어가 주차를 하고 멀고 먼 매표소 입구에 와서야 여기서도 입장료를 받는다는것을
비로소 알았고 또 한번 비로소 차에다 지갑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해는 예서 기다리되 내가 오기 전까지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일러놓고 허겁지겁 다녀왔다.
그렇게 손에 쥔 입장권을 들고 인증샷을 하려니 손끝이 떨려 혼났다.
시월의 잔디색깔
시월의 하늘 색깔
일단은 나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키게 되고
길은 아무도 모르는듯 했다. 다만, 앞서 무리지어 가는 사람들 따라갈뿐....
하늘이 더 없이 좋았다.
물길 또한 더 없이 좋았다.
물에 띄어 놓은 배 또한 보기에 참 좋았다.
통로따라 걷다보면 아해들이 가던 길 멈추고 내려다 본다.
무엇이 있길래 그러나 쳐다 보는데 카메라 렌즈가 먼저 보았다.
가다가 뒤돌아 보면 더 아름답고 멋있고 그래서 뒤돌아 가고 싶은것이
우리 살아온 인생길 뿐이 아니란걸 비로소 깨달으면서 그래도 앞으로 ...
안해가 물었다.
"저것이 무엇이요?"
"장뚱어라 합디다."
순천만의 가을들녘
세상은 조물주가 아끼는 커다란 정원이라면
유일하게 인간에게 붓을 들려 채색할수 있는 공간을 준곳이 가을 들녘이 아닐까?
땀으로 칠하였기에 더욱 고운것은 아닐까 하는 기특한 생각..조강생각
꽤 먼
저길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오다보면 들판이기에 산 대접 받을 만큼 야트막한
동산 하나 나온다.
그 동산 뒤로 돌아 앞으로 나와 내려다 본 풍경
비올것 같은 오후
깨알 같은 개미들이 줄지어 대 이동을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는 저 행렬
개미들의 행렬을 보고 참 신기하다 했는데 예서 보니 개미나 사람이나다.
모르고 찾은곳인데 때 또한 기가 막히게 맞춰왔다.
해는 서서히 서산으로 지기 시작하는 즈음이다.
전망대를 향해 가면 갈수록 전망도 좋고 때 또한 무르익는다.
보조 전망대라했다.
세상에 "보조"만 못한 "주"가 있었던가?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주 전망대를 향해 서둘러진다.
소발로 쥐잡는다는 말이 있긴하지만
사고무친한 남도
오뉴월 땡감 떨어지듯 생각없이 찾아들었건만
이렇게 기가 막힌 "때"가 또 있을수 있을까?
"운"이라기 보다는 "복"이다. 아무렴!
날이 저물어 갈수록 사람들은 더 많이 모여들고
머리카락 보이듯 구름속에 적당히 숨은 가을 저녁 해와 순천만 뻘과 물길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낸 장관- 곧 거대한 영화관
가는 길이 멀었던 고로 돌아오는 길 또한 그에 못지 않지만 가는 사람들과 오는 사람들의
눈빛은 사뭇다르다.
그 감동이 아직도 남아 저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기는 저 아낙
일찌기 저 아낙의 친정집 윗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그랬다했다.
"충청도 영근(야무지고 똑똑하다는 경상도 방언)신랑 만나 시집가니 얼마나 좋을꼬?"
저 하늘에 하느님이 계심을 내 믿으오리다.
그러지 않고 누가있어 저 알흠다움을 감히 연출할수 있을까?
저 알흠다움과 남편 잘 만나 호강한다는 행복감을
가슴에 담아두기엔 못미더워 휴대폰에 새기는 저 여인
바라옵나니 저 여인의 내일을 나날이 오늘같게 하여 주옵소서!
저녁은 인근 식당에서 장뚱어탕을 먹었다.
시원 소주가 없던 고로 참이슬 한병에 젓갈냄새 나는 짠 김치 안주삼아 넘긴
첫잔이 참 깔끔했다.
오늘 밤 어디서 묵을거나?
양이 줄어들수록 시원하기가 더해가는 짱뚱어탕을 밥풀하나 없이 비워놓고 영수증 건네주는
여주인에게 물으니 오늘 하루 순천에서 머무셨다하니 잠도 순천에서 주무시고 여수로 가시라는
고언을 받아들여 그리 하기로 하였다.
적당한 취기와 피로감 속에
송광사를 거쳐 고인돌 공원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따라다니던 만리향 냄새와 낙안 읍성의
판소리 흥보가 불러주던 아낙들의 모습과 순천만의 장관을 되새김질 하다가 늙은 로미오와 줄리엣은 두 손을 깎지끼고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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