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태백기행- 하양에 서다.

조강옹 2020. 2. 4. 09:42

 

 

 

태백-산

클 태(太)에 하얀 백(白)을 따서 큰 하양이라는 뜻이 될터이다.

온 세상이 하얗다로 풀어쓰면 될것이고  이리 불리게 된 연유에는 본래부터 흰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적 특성도 한 몫 했을터이다.

그 하양으로 뒤덮인 산 - 태백산에 올랐다.  2020년 2월 3일 13시 경이다.

 

"태백산에 다녀와야하는데..."

망설이던차 아침 티뷔 방송에 태백산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늦은 아침을 먹고 서둘러 배낭을 챙겼다.

허위허위 사백오십여리 달려 도착한  유일사 매표소 입구  2020년 2월 3일 오전 11:20분 경이었다.

강원도 주차장 치고 엄청 큰편인데 듬성 듬성 빈자리가 있다.  적어도 저 자동차 댓수 만큼의 사람들이 산속에 있겠지. 

 

 내비가 겨냥하는 목적지가 이십여리 남짓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방을 둘러봐도 산은 산인데 눈덮인 산이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도시락 장만하고자 들른 편의점 아낙에게 태백산에 눈이 왔냐고 물었다.

 

 "여긴 비가왔는데 태백산에 눈이 적잖게 쌓였대요"

  

 

아이젱이란 것을 처음 신어봤다.

발걸음 옮길적 마다  전해지는 뽀드득 소리가 참 정겹다.

올해 눈 다운 눈 ,한번 내린적 없거니와 설령 눈이 내린다 한들 그 눈길 뽀드득 소리나게 한참을 걸어 본 기억이 아스라이 멀기 때문이다.

 

 

산행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상에서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시간대서 가는 것이라서 그런지 인적이 뜸하다.

 

 

 

강원도 산이 높다한들 기본 해발을 먹고들어가는 것이라  무어 어려움이 있겠냐싶었는데  끝없는 오르막길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힘든 발걸음 옮길적 마다 뽀드득하는 소리가

"빠드륵 이를 갈고 죽어볼까요? " 하는 소월의 싯귀가 생각나고  보름달 환히 비치는 밤길 걸어갔을지도 모를 객주의 보수상들 생각도 난다.

 

 

추운 날씨다.

그 험한 오르막길 걸어도 몸이 더워지지 않고  아직 가지에 붙은 눈을 녹여가며 불어오는 착한 바람에도 입술이 얼 정도이다.

 

유일사 갈림길 직전

추위를 피해 점심을 먹는 요령까지 터득한 인간들이 산신령 눈에 어찌 비칠까? 

 

 

 

 

유일사로 넘어가는 고갯마루

바로 눈앞인데 경사가 급하다.

장군봉 가는 길은 좌회전이다.

 

혼자의 다짐은 지키기 어려우리란것을 경험으로 알면서도

내려올적 보리라 다짐하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앞서간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으로 다져놓은 길

이 세상 편하게 누리며 사는것도 선조들이 이 땅에 다져놓은  은덕때문이려니-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는 것이건

 

 

 

살아서 천년 죽어서 다시 천년을 누린다는 태백산 주목

살아있는 주목보다 죽어 서 있는 주목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죽어 서 있는 주목이 더 거룩하게 보이기까지 했다.

 

 

 

 

 

 

장군봉에서 내려다 본 산

이쯤되면 서있는 이 자리가 왜 장군봉인지는 미루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려니.  바야흐로 2월 4일 13:20분 경이다.

 

 

 

 

 

 

 

 

 

 

 

 

 

 

 

 

 

 

 

 

 

 

 

 

장군봉 천제단(장군단)

아래는 태백산 천제단(천왕단)쪽으로 가는 길

 

 

 

 

 

 

 

 

 

 

 

 

여기까지다.

시간은 오후 두 시가 다돼오는데 아직 점심을 먹지 못했다.

 

휴대폰을 잡으려 장갑을 벗으면 금세 손이 시려오고  배낭속에 보온병을 꺼냈더니 물은 이미 식은지 오래

컵라면이고 도시락이고 먹고 싶은 마음도 먹을 재간도 없다.

속은 쓰려오고 이대로는 안되겠다싶어 계란 세 개 꺼내 미지근한 물 반찬삼아 먹었다.

 

그래도 허기가 가셔 내려오는 발걸음을 그나마 가볍게 했다.

내려와 자동차 시동걸고 앉으니 비로소 몸이 적잖게 얼어있음을 느꼈다.

자동차 실내온도를 28도로 올리고 집으로 가는길에 적당한 장소 잡아 도시락을 먹겠다했다가 내쳐 달려 집에 왔다.

 

큰 맘먹고 휴가내야 집에 다녀오기가 가능했던 태백

늦은 아침먹고 산에서 한 나절 노닐다가 집에 와서 저녁 먹을 정도로 가깝게 변한 세상

 

언 몸 녹인다는 핑계로 독한 술 두 잔을 반주삼아 마셨다.

아직도 들려오는 것이라곤 발걸음 옮길적 마다 "뽀드득"

아직도 눈에 보이는 - 무념 무상 죽은 듯 죽어서 서 있는 저 주목

그리고 주위를 도배한듯 눈부시던 큰 하양- 태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