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꿈꾸듯, 마라도

조강옹 2020. 2. 17. 05:33

 

 

돌아보면 잠깐이다.

내 젊은 날의 사진 한 장이  저렇게 온전히 남아있다.

용하다.

 

 

사십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회갑이다 싶더니 진갑이 되었다.

그리고 또 일 년이 살 처럼 지났다.

그 세월 시계추처럼 오가던 일터를 나왔다.

작년 여름의 일이다.


오십대의 사진 하나 표지삼아 그간 긁적였던 글들을 모아 책을 엮었다.

누가 사주거나 말거나, 읽어주거나 말거나, 바람이 불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

한때 직장에서의 내 책상은 휴게실 간판이 붙은 흡연실 옆이었다.

책상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흡연을 권했다.

어떤 이는 인사치례로, 어떤 이는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동참을 권하기도 했다.

모두의 간청을 거절할 수 없다 보니 흡연 량이 늘었고 내심의 불만도 커져갔다.



어느 날

아침 회의가 끝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공개요청을 했다.

"내 오늘 부터 금연하기로 작정하였으니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후 더 이상 내 책상 앞을 오가는 애연가들의 동참 권유는 사라졌고 "독하다'" 소릴 들어가면서 금연에 성공했다.

이후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여럿 앞에서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이 성공하기 용이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퇴직하면 제주에서 한 달을 지내리라."

그때의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작심하고 선언했지만 막상 실행에 옮기자니 망설임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일요일 저녁이면 이틀간 잘 쉬었다는 만족감보다는 내일 출근해서 해야 할 밀린 숙제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 일하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백수의 꿈이 이루어지고도 두어 달이

훌쩍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홀연 큰 아해가 제주에 숙소를 마련했으니 "모시겠다"는 전갈이 왔다.

자연스레 이 나들이는 "제주 한달 살이" 숙소 마련을 위한 사전답사 형식이 되었다.

가까운 청주 비행장에서 날아오른 제주행 비행기는 내 사는 아파트먼트 위를 날았다.


곧 2019년 9월 10일

2박 3일의 제주 나들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아주 이따금씩 이렇게 높은곳에 오를 기회가 있고 그때마다  내려다 본 우리사는 세상은 이렇듯 알흡답다.

누군가에 의해 공들여 가꾸어진 정원이라는 말에 어찌 이의를 달것인가?!

 

 

 

 

제주가 섬인데 섬에와서 또 무슨 섬을 찾누?

마라도 가보자는 말에 내심 이런 생각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본적 없는곳에 데리고 간다하니 굳이 마다할것 까지야 없지않나 하는 생각으로 도착한 모슬포 

 

 

시간이 남아 잠시 둘러 본 송악

일전에 와서 언제고 다시 찾으리라 생각을 다질 만큼 아름다운 산책길은 변함이 없다.

내딛는 한발 한발이 날아갈듯 가볍다 보니 불어오는 바람따라 사뿐 사뿐이다.

 

 

 

바닷가의 풍경은 언제가 한가로워보인다.

참을성 없는 사람들도 쉽게 다가갈 수있는 거리의 마라도

선착창에서 내려 들여다 본 바다 속 들여다 보노라니 머릿속도 저리 맑아오는 듯 하였다.

 

 

 

작은 섬

배에서 내린 일행들 따라 걸으면 된다.

 

 

 

 

 

 

무리를 따라 걸으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모습

 

 

오른쪽 바닷가 쪽으로 난 길 따라 천천히반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길이다.

 

 

 

몇채의 음식점이 마라도 마을로 형성된 곳

널리 알려진 짜장면 - 맛이 참 궁금했는데  먹어 본 소감은 그냥 짜장맛이었다.

작은 섬에서 귀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밀가루며, 불이며,물이며 이런 귀한 재료에 어려운 조건에서 만들어진것이라는 생각에 좀 특별함이 더해졌을 뿐.

 

 

 

 

무너지고 낡아진 세월과 바람의 흔적

지저분해 보이지도, 치웠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고 그냥 섬의 일부-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다.

 

 

 

 

선착장 반대쪽까지 왔다.

이 작은 섬에 살았을 몇 안되는 사람들

그들에게도 복음은 전해졌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어졌을 성당

지금은 사람도 신도 이곳에 없다. 

이렇듯 흔적만 남았을 뿐이다.

 

 

역시나 작은 섬,  많지않은 사람들이 마을을 이뤄 살았을 이곳에 학교까지 있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

그만큼 섬은 작았고 지금 현재 몇 몇 차이나 레스토랑에 영업하는 사람들 외에 눌러앉아 살고 있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그때 그 사람들은 모두 몇이었고 왜 지금은 없고 어디로 간것인가?

 

 

 

 

 

 

배 타고 들어온 사람들 모두 배 타고 나왔으니 이제는 남겨진 섬이다.

바람만 풍성했을 저 작은 섬에서 살던 사람들조차 버려둔 섬

깨끗하고 아름다웠지만 적막했다..

사람이 머물고 있을 때 우리사는 세상은 비로소 생기가 돌고 보다 아름다워진다.

사람 없는 섬- 두고 온 섬. 마라도가 그래서 애틋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