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야구장, 안이거나 혹은 밖이거나

조강옹 2019. 12. 23. 18:49

엊그저께 오랜만에 야구장에 댕겨왔어유

소싯적 댕기던 고등핵교에 야구부가 있었던 덕에 야구 규칙은 쬐끔알어유

아시는 분덜 다 아시겄지만 야구는 규칙을 아는만큼 보는 재미가 더하거등유

애덜 어릴적엔  김밥 말아 챙겨갖구 온 식구가 가족소풍삼아 댕기기두 했지유


근디 매번 서둔다구 서둘러 가는디두 번번이 시간이 다 돼서야 가까스루다가

표끊어가지구 들어가게 되더라구유


그러다 보니께 일루측 보기 좋은디는 사람덜이 꽉찼구

원정팀 응원석인 3루측으루 가보문 괜찮은 자리가 더러 있더라구유


근디 대부분이 상대편 응원하는 사람덜이 모인디다 보니께  우리편이 안타를 쳐두

눈치봐가문서 즘잖게 박수만 쳐야하는것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서두 그런대루 볼만하더라구유

이리키 즘잖게 야구를 보다가 화장실에 댕겨오다가 보니께  대부분이 젊은이덜이 주류구  저멘치루다가 연세 지긋하신 “노털”들은 가뭄에 콩나드끼 여기 저기  더러 더러 섞여있더라구유


그래선지 몰러두 응원 문화두 참 많이 바뀌었어유

불과 멫년전만 하더래두  상대방 선수가 나오문 야유로 시작을 했지유

이를테문 “물방멩이다”라던가 “삼진이나 당해라” 든가 하는 소리덜을 목이터져라 합창으루  질러대는  네가티브성 응원이 주류였는디 요새는 하나같이  “우리편아 잘해라”하는 포지티브로 바뀌었다 거지유

청바지 입은 젊은 색시가 앞에서서 빈 물병 부둥켜 안구 주걱으루다가 박자를 맞춰가문서 두딜겨 대니께 북소리 저리가라더라니께유

어찌나 신명이 나던지 한참 있다보니께 저꺼정 상대편 응원을 하구 있더라니께유


잠깐 생각을 했어유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불가피하게 잠시잠깐 편이 갈렸다하더래두 남이 잘못돼서 내가 잘디는것 보덤은  “그쪽두 열심히덜 해보세유. 우리두 심모아서 잘해볼티니께” 그리키해서 이기문 기분좋구 지문 담에 잘하문 디니께  이게 좋지않겄어유?  암만이지유...


근디 가끔  혼자 ‘흘러간 옛노래“ 불르는 ”노털“두 읎지 않더라구유

타석에 선수가 들어스자마자 대뜸 듣기 거북한 소릴 목구녕이 터져라구 질러대는...

주위 젊은이덜이 누군가 싶어서 돌아보구  한 두 번 마지못해 웃어주니께  그 “노털” 저보구 잘한다는 줄 알구 고래 고래 소릴질러대는거유

듣기좋은 소리두 한두번인디 듣기 싫은 소리 오죽하겄어유

급기야 “고급 관중덜”이 눈쌀을 찌푸리니께 그제서야 분위기 파악하구 입다물더라구유


야구경기 하나 놓구 이리 저리 뜯어보문 우리 세상살이랑 영판유  똑같다는 얘기지유

그거 일일이 말씀디리기 싶지않구유 요즘  전국적으루다가 매일같이 열리니께

직접 가셔서 눈여겨 보시문 딜것같구유


다만 한 가지 우리편이 이겼다구 해서 떡이생기는것 하나 읎구 술이 생기는것은 더더구나유

근디두 꼭 내가 이긴거멘치루다가 기분좋은게 한 3박4일은 가지유


요기분 한참은 가겄다 하는 기분으로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디 티뷔 뉴스에 정치권 얘기가 나오는거유

자시 말씀디리기는 그렇구, 뭐라구 한참덜 떠들어 대는디 대충 들어보니께

대통령인가? 아니 대통령 할라구 하는 사람덜 그리니께  대통령 후본가 하는 사람덜이

뭘 어쨌던지 검증이니 음해니 하문서 이전투구니 이박투구니.....


아까 말씀디렸지유?

야구가 인생축소판이라문 야구장이 우리 사는 시상하구 한가진디

야구장 응원문화두 좋다못해 아주 고상한쪽으루 빠르게 바뀌어 가구 있는디 

어띠키 저동네 사람덜은 야구두 안보나 왜 맨날 그모냥인지 몰르겄더라구유 

요즘 엥간하믄 텔레비전에서 죄다 중계해주던디..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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