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그 무덥던 날
천안역 광장 왼켠 빨간 벽돌집 4층으로 근무처가 옮겨지고
조석으로 이 길을 지나 무수히 밥빌어 먹으러 다녔다.
작년 이른 봄이었던가? 아니, 늦은 가을이었지 싶다.
새벽밥 지어먹고 통근차에 올라앉아 졸다가
가까스로 천안역에 내려 어기적 걸음으로 빨간 벽돌집으로 향하다 눈에 띄었다.
누굴까?
늦은 밤 건너편 주차장 경계선 긋는 작업을 하다가
잠시 담배피던 젊고 가난한 노동자 였을까?
쉬 마르는 페인트 넙적한 붓에 묻혀 바삐 쓴 흔적
숱한 사람들 생각없이 밟고 지나가지만 금방 쓴것같은 선명한 약속
그랬다.
대략 사반세기전 해지는 낙동강변에서
젊고 아리따운 안동처자 바라보며 했던 약속
지키지도 못하고 안지키지도 못한 채
세월에 떠밀려 지천명 중늙은이가 되어버린 신세
삼십년 하고도 아홉달 같은 일터 같은 일에 '멀짜'만 쌓이는데
'화들짝' 새로이 떠오르는 지난 가을의.... 아니, 스무 몇해전의 약속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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