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서쪽으로 가리라 작정하고 나온 아침 바닷가로 난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난간에까지 공을 많이 들인 다리 건너 너른 포장도로 따라 "뽄때"없이 바다로 가는 것인가? 하는 실망이 들 즈음 왼쪽으로 감추어 놓은 듯 길이 하나 나오고 이 길로 다시 돌아온다면 배낭 벗어 놓고 곤한 다리 한참을 쉬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에 절로 발이 시려오는 곳을 지나면서 곳곳이 아늑한 쉼터에 아침 산책길로는 더할나위없는 좋은 길 따라 내려간다. 왕수천 바다까지 동행을 약속한 듯 흐르는 물 따라 가는데 고삐 풀린 망아지 쫒아가듯 물은 늘 저만치 앞서 흐른다. 바다는 탁 트였고 불어오는 바람 따라 한참을 걸었다. 잠시 쉬어가기로 이만한 곳이 있을까? 앙증맞은 자그마한 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마련된 쉼터에 배낭을 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