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께서 부천 형님집에 댕기러 가신다구 해서
퇴근해서 곧장 버스 터미널에 모셔다 드리구나서는 난 방콕행 .....
옆집 가이새끼 밥 훔쳐 먹으러 오듯 어둠이 동구밖으로 부터 실렁실렁 기어 들어올 때 쯤 조강치처는 퇴근한다
부엌에 들어가 밥 지을려 해두 찬거리가 시원치 않다
그나마 직장나간다구 좀 부실해 진것이 어디 반찬뿐이랴
저녁 준비를 포기하구 대문 앞에 쪼그리구 앉아 청승맞게 아내를 기다리는데
저만치 가로등을 등에 지구 터덜터덜 선머슴 처럼 걸어온다
뒷짐지고 가까이 다가가니 표정이 유난히 밝다
"엄니 부천 가셨지?" 하구 혀를 쑥 내민다.
돌이켜 생각하니 이 웬수는 엄니만 안 계신 날이면 어깨에 날개가 돋아난다.
"우리 수산시장가서 회떠다 먹자" 점입가경이다
하지만 어쩌랴
옆집 성님들 얘기가 "나이먹구 다리심 빠지면 의지 할 데라고는 늙은 여편네 뿐이더라구"
한두번 들은 얘기두 아니구 나라구 안 늙는 다는 보장두 없지
노후를 위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나니 아닌게 아니라 생선회 먹은지두 오래됐구
우리 자식놈덜두 회라면 환장을 한다.
그래, 빈집에 소들어 가는거하구 마른논에 물들어 가는거, 자식새끼 입에 먹을거 들어가는거
세상에서 젤루보기좋다 했것다.
그래두 영 걸리는게 엄니다
행여 동네사람 눈에라도 띄면, 저 집 화상들은 노인네 빼놓구 회떠다 먹는다 흉잡히지나 않을까 걱정하다
날이 이미 어두웠는디 누가 부러 디려다 볼까 적이 안심하고 자동차 홱 돌려 자그만치 키로육백 나가는 돔 두 마리 우리 가족 건강에 이바지 할 기회를 주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난 그래도 엄니 안 계신것이 영 마음에 걸려 소주 한 잔 먹는 것도 마음에 걸려 쳐다만 보구 있는디
철없는 자식놈덜 입안이 며져라 쳐넣구 있구
그 웬수 내비 두어두 잘먹구 있는 자식놈덜 목구녕 앞에 번호표 붙여 깻잎에 초장발라 쌈사놓구 지도 정신 없이 우겨 넣는다.
상 치우고 나니 속만 쓰려 쉬 잠이 오지 않는다.
마루로 들락날락 담배물구 왔다갔다 시간은 열 한 시를 넘었는데...
어랍쇼, 초저녁잠 많은 우리 웬수 거동보소
소화제 찾구 난리치다 잠들었나 했더니 화장실 들락날락하는 폼이 된통 걸렸나 부다
정신없이 우겨넣은 거 위 아래로 반납하는것이 눈에 선하게 시리 화장실이 요란하다
짐짓 걱정되어 따라 들어가서 등을 두드려 주고 부축하여 방에 디려 보냈더니 아프다 소리두 못하구 픽 쓰러져 갖은 인상쓰구 모로 돌아 눕는다
다시 마루로 나와 담배 한 대 꼬나물고 그도 답답해서 대문 열구 밖으로 나오니 공기두 차구 달빛두 차다
마흔 시살 먹은 남자의 고달픈 인생은 이렇게 가을밤과 함께 깊어갔다.
[2000년10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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