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장가계 1

조강옹 2018. 10. 9. 13:43

 

 

연산홍 흐드러진 4월의 저녁

충청도 어디쯤 한적한 아파트먼트

오십전녀인과 오십후남 부처가 일찌감치 만찬을 끝내고 저녁 산책에 나섰다.

 

앞서가던 오십후남이 오십전녀에게 돌아보며 묻기를

 

우리 결혼한 지 얼마나 됐소?”

 

그 세월이 사반세기에 이른 줄 아옵니다.”

 

오십후남이 탄식하여 가로되

적잖은 세월 지겨운 줄 모르고 살아왔소 그려

 

오십전녀 답하기를

이제 소첩도 지천명을 눈앞이라

열흘 붉은 꽃이없다 들었는데 화란춘성에 만화방창할적 산천경개 구경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옵니다.”

오십후남 정색하여 가로되

그대 부부로 연을 맺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일심으로 가사에 정려하여왔을 뿐 아니라 지극정성으로 노모 봉양 한결같으매 그 공이 적다할 수 없을 진대 어찌 마다하리오. 내 그리하오리다

 

오십전녀 반색하며 가로되

어찌 달리 이를 말씀이 있으오리까

 

부부간의 맹약도 사람의 일이라! 때로는 오뉴월 감주 시듯 변할 수도 있으니 말 난김에 서둘러 저지르고 볼일이 이일이 아닌가하오

 

밤새 뒤척이다 날이 밝는대로 여행사에 전화 넣어 날을 받고 계좌번호 물어 여비입금하고 시간나는대로 소주챙켜 배낭꾸려 나서는데 사흘을 넘기지 아니하더라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

서둘러 집나서다 엎어지니 코닿은데가 바로 청주공항이다.

 

 

 

신기도 하여라.

쇠붙이로 맹근 뱡기가 어띠키 하늘을 다 난댜?

날개 끝이 용케 우리 사는 아파트먼트에 닿았고나.”

 

오십후남도 한 마디 한다.

잘있거라 미호천아 다시보자 목련산아

고향산천을 떠나려 하랴마는

노모가 예계시니 갈동말동하여라

 

오십전후 부처가 서쪽으로 간 연유가 이와 같으니 바로 서기 이천하고도 공팔 년에 삼월 열아흐레요 양력으로 사월 스무 나흗날이었다.

 

그리키 뱡기타구 두어 시간 가까이 날러가서 내린곳이 상하이

땅덩어리 크다해두 자그마치 15억씩 모여 사는디라 보나마나 양계장 병아리새끼덜 멘치루 비비적 거리문서 옹삭하게 살것이라는 생각은 어지간히 왔다구 해서 밖을 내려다 본바가 아래와 같으니

쩝 하구 입맛만 다실 수 밖에...

 

 

태생이 촌놈이요, 이 땅의 자랑스런 농민의 아들이다 보니께 저리키 반듯한 들녘보문 저거 돌돌말아 똑 뗘내서 내 고향 미호천변에 멍석 피듯 깔아 놓으문 얼마나 좋겄나 싶다가두 목화씨가 아닌 바에 문익점 선생이라두 무신 도리가 있겄는가 싶더라구유

이쯤 디니 공항은 말할것두 읎지유

상해공항에 대문 우리 청주공항은 안마당 뜰팡축에두 못낄거 같어유

이거 오자마자 기 죽구 속상하구 은근슬쩍 봬(부아)꺼정 나구....

 

 

일정표 보니께 동방 명주타워

아시아 최고 세계 시번째

뭔 말이냐구유?

높이가 그렇다 이거지유(높기만 하문 질인가 뭐)

 

공항에서 거기 갈라문 자기부상 열차를 타야 디는디

속도가 자그마치 시속 430km

우리 대한민국을 질주한다는 KTX보다 훨씬 빨르지유.

우리 KTX는 레일위에 바퀴를 굴려 가는것인데 비해 이 자기부상 열차는 말그대로 자기에 의해 떠서 가는 열찬디 아시다 시피 지가 철길 가시다가 발 올려놓고 살아온지 삼십년이 넘잖어유

기존 열차와는 차원이 다른 만큼 부가가치도 높구 맹글어 운용하다 보문 기술축적에다 등등해서 우리두 이걸루 했어야 하는디

첨에 KTX 얘기 나올적 자기부상으로 하자구 목에 핏대 세워가문서 열두 어지간히 올렸건만 직책은 높되 아는것은 덜한 사람들에 의해서 장점은 줄이구 단점은 키운 논리에 의해 결정된 연유루다가 오늘날에 요렇게 되었다.

참 속상하구 가심아픈 얘기유.

 

 

 

 

 

 

 

 

 

 

 

 

명주타워에서 내려다 본 풍경 하나

 

 

 

듕귁두 만만치 않다 이런생각 들지유

그렇다문 요런거 보문 맘이 좀 편해 질라나유?

 

 

 

 

 

 

 

 

 

요게 우리 임시정부가 있는 골목 맞은편 풍경유

듕귁 어머니덜 빨래는 참 부지런히 하신다는 생각하나하구 상해 임시정부 들어섰을적 실감나게 하기 위해 개발을 금지시켰는지 그림만으로는 그때 그시절 같어유

김구선생님이나 이동녕 선생님께서 이 골목 드나드시문서 나라걱정 하셨다니 생각이 많어지더라구유

 

 

좌당간 듕귁이 어떻다 저떻다 말씀디리는거 자체버텀 장님 코끼리 만지구 얘기하는건 이두 안난 얘기유

그저 위기감이란것이 요기 말구두 둘러볼띠가 한두군데가 아니라구 들었는디 얘덜 이리키 하루가 다르게 빌딩쌓아 올리구 살림살이 나아져서 빨래내다 널던 집에서 빌딩으로 죄다 옮겨가문 우리 밥 먹구 잠 자구 버스타구 돌아 댕기며 구경하는거 엄청나게 비싸지는거 아닌가

올려받기전에 전에 부지런히 구경이나 댕겨야 디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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