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빛 바랜 일기장에서

조강옹 2019. 12. 23. 17:45

아직 해가 서너발쯤 남았을 것이다.

아무래도 때는 이른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서둘러 가는지 모르겠다.


지독히도 검은 옷을 즐겨 입는 그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다시 밀려오는 그리움을 견디어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이지 남는 것은 고통뿐이다.


그날 이후로 하는 일이란

깊이를 가늠치도 못할 심연 속으로

머리를 가장 낮은 위치에 두고

끝없이 추락하는 일뿐이다.


창밖엔 

조금 전까지도 당신의 좁은 어깨에 쏟아붓던

오월의 마지막 햇살이 울고 서 있다.


좁게 열린 창문

행여나 하고 당신의 체취를 찾아보지만

다가오는 것은

철길 옆을 스쳐 오는

쇳내 나는 한줄기 바람 뿐.


아직도 남은해는 두어 발

피곤한 다리로 찻간에 기대서서

거대한 회색의 도시로 빨려들어가고 있을 당신을 생각하면서


영낙없이 잠못이룰 오늘밤이다.

패잔병의 군장처럼 무거운 마음으로

허덕이며 걸어서 가야 할

내일의 새벽은 또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일까.


 

 

군더더기 :

 

   조직개편이라고도 하고 지사제로의 전환이라고도 했다.

 

철도 30년 제 3의 고향이 되어버린 천안역 어디쯤

 

빨간벽돌로 지어진 4층 건물 아주 전망좋은 곳에 책상이 놓여졌다.

 

이등병의 편지란 노래의 일부분일까?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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