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쨋날이 토요일이다.
늦은 아침 먹고 동네 뒷산 한 바퀴 돌고나서
점심을 걱정하는 안해의 말에 날아가는 새똥이 발 아래 떨어지듯
턱하니 삘 하나 꽃혔었다.
그 "삘"이란 다음아닌
먹다 남은 새뱅이(민물새우)탕을 맹물로 희석시킨 다음
청양고추 세 개 썰어 넣고 더하여 생마늘 세 쪽 다져넣고
적당히 소금으로 간을 하여 끓여낸 칼국수가 입에 붙도록 맛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덤으로 얻은 깨달음 하나는
빈틈없는 계획세워 한치 어긋남없이 실행하고자 피곤하게 사는 시대를 이쯤에서 접고
그때 그때, 문득 문득 떠오르는 "삘"을 좇아 살아도 괞찮더라!
살만하더라! 재미있기 까지 하더라!!!
이튿날 아침
"오늘은 어디로 행차하시렵니까?"
식사중에 안해의 물음에 밥맛이 달아오도록 곰곰히 씹어대도 "삘"이 날아들지 않는다.
내가 비운 빈 밥그릇 개수대에 챙겨넣다 문득 하나 꽃혔다.
"미동산 수목원으로 !!"
그래서 예까지 왔다
계란 노른자위 같은 청주시를 흰자위 청원군 면면이 에워싼 형상이다보니
내 사는 오창에서 미원(면)을 가려면 부득이 청주시를 가로질러 가야한다.
얼마전 시와 군이 통합을 약속을 한 바 있고 우선 급한대로 청주시와 청원군을 넘나드는 시내버스의 요금을 단일화 하였던 고로 청주시 외곽 서쪽에서 동남쪽으로 가로지르는 한시간이 훌쩍 넘는 거리를 환승제를 이용하면 시내버스 왕복 요금으로 다녀올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름하여 충청북도 청원군 미원면
충북의 수도 청주에서 문의를 거쳐 보은으로 가는길목이기도 하다.
"중생을 다 건지겠다"
그럴듯한 공약하나 걸고 지은 사찰도 일주문 밖에 요금소 하나 차려놓고 지나가는 사람 길 가로막고 서서 돈 내놓라하는데 여긴 정문 지나 한참을 가도 돈 받는 곳도 돈 내라 손벌리는 사람도 없다.
"미리 낸 세금이 있으므로 그로 대신 하겠습니다."
일백오십만 도민끼리 말없이 한 약조가 있었던 모양이다.
적당한 시기
적당히 욕심을 버린 잔디의 누루황이 상록의 푸름보다 알흠답다.
흔히 볼수 있는 무슨 박물관, 전시관 이런것 여기도 있다.
단지 "모말" "됫박" " 풍구" 로 부르던 것들을 여기서 만나니 졸업이후 처음 만난 초등학교 동창 처럼 반갑다.
"다디미" "다리미" "인두"
끊어질듯 이어지는 생각으로 뱉어낸 이름들
제사 든 날 밤이면 안마당을 훤히 비췄던 남포,
울엄니 계란 담아 장에 들고 가시던 장바구니 등등
얼굴은 생각나는데 이름이 떠오르지 않던, 나와는 저만치 떨어져 않거나 멀리서 학교 다니던 초등학교 동창들 처럼 이름을 기억해내기는 이쯤에서 끊겼다.
이 자그만 모형물들이 내게는 "꿈에 본 내고향"에 다름아니다.
왼쪽 얼비치는 유리창이 실제가 아니라 가르켜 주기 전에는
골리앗 같은 존재가 엄청나게 큰삽으로 푹 떠서 옮겨 놓은 듯한 산야
꽃이 핀 식물원도 있다.
나비가 잠자고 있으니 문을 꼭 닫아달라는 곳도 있고 ..... 그 이상은 충청국 국가 기밀이다.
입구가 계곡 아래에 위치하고 있으니 오를수록 폭이 좁아진다.
고로 계곡으로 치면 아직은 하류인 셈이다. 갈곳이 아직 멀고 볼것 또한 많이 남아있다는 말씀
때로는 실제 보이는것 보다 카메라가 더 이쁘게 담아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아해"의 해맑음 보다 "늙은이덜"의 깊이 패인 주름을 더 알흠답게 담아주는 경우도 있다.
역시 종종이긴 하지만....
대저 "속살" 이란것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게다가 부드러움이며 은은이 풍겨오는 내음까지도......
우리는 가끔 "세월을 속일수 없다" 이야기 한다.
그 연유가 나이테가 있기 때문이란것....좀 썰렁한가?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 중에 이렇게 나무가지고 집 짓는 사람들이다.
구조물의 직선과 창밖의 곡선이 정면으로 대치하고 있는데 묘하게 어우러져있었고
곧되 구부러진 그림이 또한 그러했으며
이쯤이면 줄여서 "예술"이란 말 말고 더 할말이 어디 있으랴!
옛날엔 톡톡히 밥값하던 물레방아
그저 "보기에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백수임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골동품"
오랜동안 시골에 눌러살면서도 옆집 아낙이나 윗동네 남정네 이름 조차 기억해 내지 못하는 주변머리로 저 꽃의 이름을 기억해낼 재주가 없다.
시계꽃?!
.... 담배불꽃?!...
나뭇잎만 가지고 그려낸 그림 아니, 예술
여기저기 불쑥 불쑥 콘크리트 비벼 건물 짓는 사람들
한번쯤 시간내서 유심히 보고 좀 배워가도 괜찮을듯 싶은 수목원내의 박물관, 전시관, 등등
어지간히 올라와서 뒤돌아 본 풍경
아니, 내려가기 위해서 돌아서서 바라 본 풍경이다.
아직 때가 아니라며 버티고 있거나
죽은듯 움크려 있거나 죽은 척 하다 정말 죽어버린것들이 서있거나 누워있거나 그냥 그대로 나자빠져 있는것 들.
한 눈에 들어오지는 않지만 솔바람이 이맛박 땀 식혀내듯
일상에 찌든때 벗거내면서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것 들은 바로 저렇게 남녀가 함께 걷는 그림이다.
제눈에 안경이랄지 모르겠지만
그런 그림 중에서도 저렇게 이미 적당히 늙어서 나무들 처럼 천천히 늙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더욱 그러하다. 보기에도 그렇고 안겨주는 감동이 또한 그렇고....
누구라도 저 쯤에서는 저렇게 돌 하나 얹고 간다.
그리고 남편이나 영감의 건강 따위 보다는 이미 다 자란 자식새끼의 무사 안녕을 기원한다는것
이미 안지 오래고 포기한지 오래고 서운은 하다 하다 지쳤단다.
말똥구리
물구나무 서서 뒤로 굴려가면서도 제집 제대로 찾아가는 귀신
해가 짧았고 바람이 찼다.
하루에 열두번 수목원까지 오가는 버스를 놓치고 좀 떨어진 미원 장터까지 걸어가는 길
버스를 놓친 덕에 때 늦은 콩타작을 하는 모습을 볼수 있었다.
따지고 보면 "때"란 것은 가늠하기 나름이다.
고로 늦었다. 빨랐다. 놓쳤다. 하는 것들을 다시 가늠하면 늦거나 빠르거나 놓친것이 아니므로
서두를 이유도 지체할 이유도 주워담을 이유도 없는것이다.
아직은 그렇게 살아보지 못했으므로 이제부터라도 유유자적할란다.
바람불면 바람 부는대로, 물결.....치는대로 .........
대인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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