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27일
덕촌 신협에서 조직한 산악회 두 번째 산행하는 날
날씨가 참 착했다.
창밖으로 문득 문득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산은 참 너그럽다.
송충이 한 마리부터 맹수의 발톱까지 가리지 않고 품어주고
개발이란 이름으로 상처만 주는 사람들 마저 저렇게 너그럽게 어미닭 병아리 품듯 품고있다.
전에 살던 보촌 동네
마당끝이 미호평야의 시작이었던, 그래서 앞이 훤히 트인 곳에서 자랐는데
저렇게 실개천 끼고 형성된 마을을 보노라면 아기 자기한 퐁경만큼이나 마을 사람들 오손도손
살갑게 정 나누고 살것이라는 생각에 눌러앉아 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며느리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고추장 담그는 비법으로 널리 알려진 순창
내가 아는 순창은 이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이것은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간다는 설레임, 기대감, 삽상한 아침공기 마시면서 입구에 들어선
시간이 대략 열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따져보니 휴게소에서 15분 머문시간 까지 합해도 두시간 반 거리였다.
전라북도 순창군 팔덕면
1981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빼어난 경관으로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린다고 들었다.
잦은 비와 조석으로 큰 일교차를 보이는 날씨로 내 마음은 아직 봄인데 얼굴을 간지르며 지나가는 바람과 가지마다 새잎난 그림이 영락없는 초여름이다.
딴은 남쪽으로 한참 내려온 탓도 있으려니하였다.
폭포는 폭포인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인공폭포이다.
어디선가 지하수를 끌어올려 위에서 내리붓는 모터펌프가 작동하고 있을것이다.
최근 예기치 않은 고장으로 가동을 멈추었다는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뉴스를 들은 기억에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울 정도의 빼어난 경관에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겠나?
끊임없이 핵 폐기물을 배출해 내는 댓가를 치러야 할 후세들이 우리 시대 살았던 "조상"에 대한 원망을 어찌 감당할꼬?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다 부질없는 걱정 하나 만들어 하고 있다는 생각에 혼자 웃었다.
인물이 뒷받침 된다는 판단이 서는 모델을 선정하여 두어 컷 찍었다.
언제 어디서고 이렇게 남을 위해 희생하거나 봉사하는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이 무심치 않을 바에야 어찌 이들에게 복을 내리지 않을까?
성의가 고마워 마음을 가다듬어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커피 한 잔 얻어 마셨다.
수녀님들을 보면 우선을 천사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곱상한 얼굴과 하얀 피부가 가녀려 보이고 순수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저들도 어쩔수 없는 여자임에도 흔히 있을수 있는 수다스런 대화나 깔깔거림이 없다.
대저 종교에 깊이 몸 들이민 사람들은 그러하지 않은 사람들을 전도하거나, 구원하거나, 건지거나 하는
가르침을 실현하는데 상당부분 목적이 있음직 한데 우리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끼리만의 소통을 하는것은 아닐까?
아침부터 생각만 무성하게 많아진다.
메테세콰이어...
이름이 길고 자모음이 헝클어진 저 나무 이름 외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있다.
곧게 뻗은 나무 바라보면 잠시 잠깐
우리 모두 저렇게 올곧은 심성으로 곧게 곧게 살아가세나 하고 다짐이라도 해 볼 일이다.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거에요"
어린시절 불렀던 노래의 한 귀절이 생각난다.
딴은 여름이고 나무도 파라니 물도 파랗게 물이 든것일까?
바다로 흘러가는 꿈을 가진 계곡물은 늘 저렇게 서두른다.
갈길이 멀기 때문일것이고 아직은 패기와 열정이 넘치기 때문이기도 할것이다.
모든것들이 높은 곳을 향하여 오르는 물고기나 사람들에게 보아란 듯이 그저 낮추고 낮추어 낮은곳에 처하기를 자처하는 물.
모쪼록 논에 갇히거나 땅으로 스미지 말고 바다에 이르기를 빌어주었다.
주변이 온통 연록색 투성인데 오로지 사람들이 차려입고 나온 옷가지와 일주문의 단청만 울긋 불긋..가을이다.
바지걷고 건너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놓인 다리
작아서 아담한 기와건물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사람이 짓거나 만들어 놓은것이 자연과 어울릴땐 그 아름다움이 특히나 더하다.
맨발로 걸어도 참 좋을 만큼 곱고 잘 다져진 길 생각만 해도 발바닥이 간지러온다.
사람의 생각은 늘 한결 같을까? 내려오는 길에 신발벗고 걷는 사람들 종종 보았다.
사람들은 길가다 물을 만나면 저렇게 가던 길을 멈춘다.
생각이 젖도록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일까?
높은 곳에 오르면 오른 만큼 그 댓가가 에누리 없이 주어진다.
내려갈적 그 홀가분함과 더불어 내려다 보이는 풍경 또한 그 댓가의 일부분 아니겠는가?
명산 대천에 놓여지는 케이블카나 다리, 댐 등을 두고 종종 개발이냐 보존이냐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매사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일단 일장이 있겠지만 저 다리만큼은 참 아름다워보인다.
다리도 아름답고 사람도 아름다웠으므로 같이 어울려 몇 컷 찍었다.
눈치 있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나들이 할때는 그저 사진사 옆에 붙어다니는 것이 상책이다.
곡한 오르막
넘어지면 무르팍 깰 일이지만 돌이 있어 미끄러지지 않은 잇점도 있다.
산은 저렇게 한 발 한 발
땀 흘려 오른 만큼 내려갈적 고스란히 돌려준다.
인근 신선봉 전망대
바람이 참 시원했고 각자 마련해 온 점심을 나누어 먹었다.
먹은것은 밥이로되 맛은 꿀맛이어서 자꾸만 도시락을 내려다 보았다.
다만 그림은 그다지 아름다워보이지 않을것이라는 생각에 따로 찍어 올리지 않았다.
해가 길었고 그만큼 시간이 남아있어서 정읍 인근의 한우마을에 들렀다.
적지않은 사람들이 불시에 들이닥치니 사장님입이 귀에 걸렸다.
상 길게 차려놓고 순서없이 둘러 앉았다.
육회도 그러하였고 갈빗살이나 꽃등심 또한 틀니 빼고 잇몸으로 먹어도 될 정도로 연하고 맛이있었다.
게다가 넉넉히 가져간 소주가 그 맛을 더해서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임에도 배터지도록 잔뜩 먹었다.
그래도 상마다 굽지 않은 고기가 남았다.
곤궁한 살림에 귀하고 비싸서 명절날이나 제삿날 국물 우려내어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 않은가?
이 시대 같이 사는 그리고 자리를 함께한 우리, 지금 이순간 만큼은 모두에게 넘치는 축복이었다.
일행중 막내 현길아우 내외
사람이 살아가면서 뒤 돌아보면 그시절 참 그립고 좋아보이는 데 정작 그 시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는 듯 하다.
내 눈에 비친 저 막내 아우의 살아가는 모습이 그러하니
일행중 칠십을 훌쩍 넘기신 우리 작은아버지의 눈에 비친 우리내외 모습이 또한 그러할것 아니겠는가?
그러하니 모두가 앞만 보고 서둘러 갈것이 아니고 주위를 살펴가면서 여유롭게 가야할것이다.
이 어찌 산에 오르는 얘기만 해당된다 할것인가?
원래 법규로 금지되어 있는 버스안에서의 가무
비록 노래와 담 쌓고 살아가는 운명을 타고난 처지이지만 배 부르고 취기 적당한 탓일까?
꼭 이런것까지 법으로 금지해야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돌아가면서 따라주는 술 받아 먹고 적잖게 취했다.
총무님의 저 수고로움이 참 고맙고 감사했는데 이튿날 오전 내내 침대에서 쓰린 속 부여잡고 뒹굴어야 했다.
산이 좋아서 따라온것만은 아닡터
신협에 몸 담고 있는 죄로 마지못해 왔을지도 모를일인데 표정히 참 맑고 환하다.
세상사 모두 품앗이려니 이 담에 나이들어 보다 젊은 사람들한테 돌려 받을 진저!!
모두가 다 나이 많고, 낯도 설고 그래서 어렵고 불편한 탓도 있을것이다.
잠시 잠깐 꿈나라로의 여행, 그 즐거움도 있으려니....
참 따뜻했던 햇살, 훈훈한 바람
같이 걷고, 같이 먹고 마셨던 사람들이 좋았고
우릴 위해 운전해주신 기사님!
커피 나누어 주시던 강천계곡의 아주머니 여러분!
연하고 맛있는 고기 골라 주신 한우마을 사장님!
밑반찬 아끼지 안하고 넉넉히 나누어주신 식당 이모님들!
갈적부터 올적까지 끊임없이 애써주신 신협 관계하시는 여러분!
생애 쉰 여섯번째 4월 마지막 토요일
여러분과 더불어 참 행복했습니다.
2013.04.28.
십오층 아파트먼트에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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