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장남교에서의 하루

조강옹 2019. 12. 26. 13:49

 

오래전.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여름의 끝자락.  벌초를 마치고 얘기가 있었다.

 

우리 이럴것이 아니라  두어달에 한번씩이라도 저녁 먹으며 사는 얘기하고 지내는것이 어떻겠냐고.

 

그리하여 이름하기를 "지차계"

벌초라 함은 일찌감치 돌아가신 조상님들 이발 시켜드리는 것일진대 어찌 지차들만 모였겠는가?

 

무리중에 "댓방"인 조강이 지차이기에 지차계라 이름하고 계원 자격을 "본인이 지차이거나 아버지가 지차이거나 할아버지가 지차이거나"로 넓혀놓으니 모인 무리중에 자격 안되는 사람이 없었더라!

 

지난번 모임에 누군가 이르기를  다음번 모임에 장남교 다리밑에 부모님 모시고 한 나절 놀다가는것이 어떻겠나?

 

사람이 모이기전에 자동차들이 먼저 모였다.

다니기는 함께하되 먹을것을 달리하여 부득이 강변에 세워놓고 내 다시 올때까지 꼼짝말고 예 있거라!

굳이 말꺼낸적이 없거늘 땡볕 아랑곳 아니하고 잘들 견디고 서 있다.

 

 

 더러는 요렇게 자리를 잡고

 

 경노석이랄지 VIP석이랄지

확실한건 외진곳임에도 불구하고 1종(먹을거리)은  적기에 제대로 공급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초 조강도 여기 포함이 된다는 서글픈 사실

 

 

 안쪽의 한 무리는  우리와 비슷한 동기로 모인 이웃이기에 각종 주류와 부식이 셈없이 오고 갔다.

덕분에 저쪽 무리에서 건너온 오디술이 입에 착 붙게 맛이 있는지라 시원소주 물리치고 그것만 쪽쪽 빨아마시듯 마셨다. 

 

 

여름 과일의 대명사 수박과 참외 

지금은 비록 뒷전에 물러나 있지만 때가오면 아주 귀한 대접 받을 후식거리로 요만한것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의 아해들은 모두 귀엽고 그 중 물가에서 노니는아해들이 더욱 그러했다.

 

 내게도  아해들 키우던 시절이 있었지만 시절이 시절인지라 저렇게 오붓하지를 못했다.

 

 우리의 유전인자는 다리 긴 아이 징검다리 건너듯  때로 격세로 이어진다고 배웠다.

할아버지의 손주 보살핌이 지극한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이미 다 커버린 자식과 나눌 얘기가 무어있겠나?

 

 아버지와 아들

요즘은 이 거리만큼이나  부자지간이 가까워졌다.

옛날같으면 어림 반푼어치 있을까 말까한 거리감이다.

 

 모자간

눈에 넣은들 아픈곳이 어드메며 죽는날까지 곁에 두고 챙겨주고 싶은 내리사랑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을 이 아해는 이미 알고 있는듯...

 

 오래 살면 닮은것이 어디 부부뿐이곘는가?

고부간의 웃는 표정이 엇비슷 닮았지 않은가?

 

 누구라도 그러하듯 한때 고향을 떠나 하고자 하는 일이 있었을 것이다.

문득 깨달은 바 있어 훌훌 털어내고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와 사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략 이러하다. 편안하고 여유롭고....딴은 가슴팍 깊이까지 비워낸 욕심때문이려니 

 

 

 

 

 

 흘러간 과거는 언제 뒤돌아봐도 그리웁고

다가오는 미래는 가져오는것 없어도 설레인다.

 

저들이 걸어갈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보다 더 평퍼짐하고 더 반듯할것이다.

설령 그렇지않다손치더라도 슬기롭게 헤쳐 나아가리라!

 

저 초롱한 눈망울이 그 증거 아니겠는가?

 

 어린 공주는 어스름 잠결에 바람벽 같이 든든했던 아바마마의 품을 오래 오래 기억하리라! 

 

 

 

 

 이 땅의 장년은 저 가족들을 위해  총알 빗발치는 전장을 방불케하는 산업전선에서 언제든 목숨을 건다.

 

 

오늘 하루만큼은 맘껏 쉬자

작정하고 나왔지만 가족들을 위해 튜브에 바람을 넣고 옷을 갈아입혀가면서 같이 놀아주다 보면 이 또한 가족들을 위한 희생이요 봉사이지  이 "하루"도 내몫이 아니다.

 

 

어디선가 모여 촛불을 밝히고 어디선가 모여 댓글을 조작하고  또 어디선가는 입에 침튀겨가며 감추려하고 들춰내려하지만 그래도 냇물은 흐르고 흐르는 냇물따라 세월도 흐른다.

 

 

노년의 삶이란 

이만큼 비켜앉아

저만치 다가오는,

다가올수록 커져만 가는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는 것

 

2013년의 여름

하루가 또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갔다.

 

조강.

 

장남다리 : 미호천 지류인 병천천에 놓인 다리중 하나로  충청북도 청원군 옥산면 장남리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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