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메리가 살아내는 이야기

조강옹 2019. 12. 23. 17:44

어느날 아내가 퇴근하면서 데려왔다.

조그만 덩치에 나이는 먹어서 낯가림이 심했다.

웃으면서 먹을 것을 건네도 보고 다정스레 불러도 보았지만

두 눈엔 경계심 잔뜩 머금은 눈으로 접근을 불허하면서 한동안을 그렇게 보냈다.

어느날 내 손바닥 위에 올려져 있던 오징어 다리와 타협하면서부터 어렵게 안면을 텃다.

그렇다고 그렇게 가까이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몇일 전

그는 대담하게도 대문안에 들어서는 옆집 아줌마의 뒤꿈치를 물어버렸다.

들고 있던 바가지를 놓치면서 삶은 감자가 마당에 굴렀다.


아내의 빗자루를 가까스로 피한 그는

감나무 밑에 주저 앉아 눈만 껌벅이고 있었다.

옆집으로 난 개구멍을 어렵게 비집고 나온 그의 친구가

소리도 요란하게 주워먹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때마침 확성기 틀어놓고 시골만 돌아 다니는 트럭을 불러세워

아내는 흥정을 시도하였다.

결국 오천원과 이 만원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흥정은 쉽게 깨져버렸다.


대신 감자 주워먹던 덩치 큰 그의 친구가 그 트럭에 실려갔다.

뒤꿈치 물린 옆집 아줌마 손엔 그의 몸값의 스무배에 상당하는 지폐가 쥐어졌다.


요즘 그는 안마당 감나무 밑, 독신자 숙소에서 혓바닥 길게 늘어뜨리고 이 여름날을 아주 무료하게 지내고 있다.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