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돌아 보면서 부르는 노래

닭발의 기적

조강옹 2019. 12. 26. 15:02


마당에 장대 넘어지듯

경부고속도로가 미호평야 가로질러 들판 갈라 놓을적  장터로 진입하기 위해 지하도 하나 생겼다.

당시에는 지하도란 것이 생길 일이 없어  누군가 처음 굴다리라 불렀고  사람들이 약속한듯 따라 불렀다.


언제부터였는지 묻는 이도 없고 아는 이도 없다.

그 굴다리 옆에 허름한 천막 쳐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닭발 맵게 양념해서 소주 곁들여  팔았다.

그 이전, 아주 오래전부터  소줏잔 입에 달고 살던 남정네는

이 땅에 더 이상 마실 소주가 없음을 한하면서  일찌감치 산으로 갔다했다.


조선천지에 매운닭발 양념해 파는 곳이 어디 굴다리 옆 천막집 뿐이겠나만  모이 주면 달려드는 양계장 닭처럼

술꾼들이 닭발 안주삼아 소주마시다가   지나가는 면있는 이들까지 불러세워 또 한 접시 시켜 놓고 먹고 마시기도 했다.


더러는 집에 식솔 생각해서 포장해 가기도 했는데  날이 갈수록 그렇게 머물다 가는 이들이 늘어나고

급기야 술안주로 시작한 닭발이 아해들 야식거리로 용도가 다양해지면서 매상이 봇물처럼 불어났다했다.

   




시골장터

부풀려지지 않은 전설 하나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를


그집  본시  아들 하나에 딸이 넷이라했다.

아니 딸 넷에 아들 하나 두었다했다.

그 다섯 남매 모두 닭발 팔아 대학공부 시켰으며 

그러고도 넘치는 것이 닭발팔아 남은 돈인지라 천막 근처에 집 한채 지었다했다.

그 집의 모습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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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땅거미 지고 사위가 어둑해 오면

여전히 천막집엔 천막이 걷히고  매운 닭발 안주삼아 소주 마시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밤이 깊으면 종종걸음으로 모여든 아낙들이 줄을 지어  닭발 포장을 부탁해놓고 

팔짱낀 채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까치발을 떠가면서 주방을 들여다 보기는 하나

아직까지 그 누구도 맵고 고소하고 입안에 감칠맛  나는 요리 비법을 훔쳐내지 못했다


얘기가 좀 길었지만

닭발의 기적은 오늘밤도 계속된다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