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와서 부르는 노래

길위에서 쓴 편지 - 증도 태평염전

조강옹 2021. 8. 24. 17:09

돌아보면 아득한 것이 산 정상에 올라 올라온 길 내려다 보는 것만이 아니다.

 

산고에 이맛살 찌푸리던 아내의 모습과 배냇저고리 사오라는 간호사의 말에 병원 앞 시장통을 뛰어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아스라이 먼 지난일이 되어버렸다.

 

이후 가이없는 희생으로 키워낸 아들이 세상에 나온 날을 기억하여 미역국을 끓이고 나름 성찬을 마련하는 것도

 

아직까지는 어머니의 몫이다. 그리고 자식에 대한 "희생"은 현재 진행형이고 가이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식을 위하는 어버이의 마음에 어디 족함이 있으랴!

 

늘 부족했고 그래서 미안하고 안쓰러웠음에도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다.

 

그리고 특별한 가족력 없이 건강한 몸으로 세상에 내보내주신 것만으로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저들끼리 주고받는 말에

 

처복 많은 내게 자식복 또한 적잖다는 생각에 생뚱맞게 대형마트 통로에 쌓아 놓은 "맛동산" 원플러스 원을 생각했다.

 

남녘 먼 섬에 숙소 하나 마련했다하며 가족여행을 핑계로 저들 각자 휴가를 내어왔다.

 

늦은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가는 길

 

아직은 여름이라며 온종일 매미가 울어대지만 입추가 지나면서 한풀 꺾인 무더위에 하늘은 벌써 가을이다.

 

 

기왕 먼 길 나선 김에 길바닥에 까는 돈이 아까워 중간에 어디라도 들러서 가자는 생각에 미리 작정하고 찾은 곳

 

신안하고도 증도의 태평 염전.

 

 

전봇대 도열하여 예를 갖추고 오른쪽으로 데크길이 나있다.

 

장뚱어가 주둥이를 물 밖으로 뻐끔대며 헤엄치고 붉은 빛 식물은

 

마치 화성 어디쯤 있을 저수지에 자라나는 풀같이 생경했다.

너른 소금밭이 적막고요다.

 

햇살만 따갑게 내리쬐는 곳곳을 둘러보며 선뜻 다가가기엔 왠지 꺼림칙했던 소금창고

 

트럭 하나 저 안으로 뽀안 먼지 일으키며 달려가더니 금세 되돌아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쯤 되면 먼 길 온 보람 있다.

 

장삿꾼 셈으로 치면 이미 본전을 건치고 남음이 있다는 흡족한 생각으로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 가게 옆으로 난 전망대 가는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망대

 

잠깐 땀 흘려 오른 수고에 비해 넘치게 받은 내려다보는 호강. 흔히들 따지는 "가성비"로 치면 단연 갑이다.

 

 

상선약수

 

어느 여름날 나무 잎사귀에 "투득" 떨어지는 빗물 하나하나 모여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성급히 구름되어 하늘로 오르거나 물꼬따라 흐르다 논에 갇히기도 하지만

 

대부분 도랑 따라 강물 따라 흘러 바다에 닿는다.

 

다왔다싶어 잠자듯 고여 있다가

 

바람타고 파도가 되어 갯바위에 박치기도 하다가

 

햇볕과 바람의 도움으로 소금을 결정하고 구름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저 구름 다시금 빗물되어 이 바다로 돌아오듯

 

우리 앞에 놓여진 생과 사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늦은 오후 목적하는 섬으로 가는 길이 여유롭다.

 

소금밭에서 머문 두어 시간으로 생의 간이 맞은 모양이다.

 

 

2021819일 진도로 가는 길 위에서.

 

조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