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이거나 혹은 디딤돌이거나
3층에 있는 치과 진료를 받기 위해 엘레베이터 앞에 섰다.
옆에 서 있던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인사를 한다.
인사가 정중하길래 마스크를 벗고
혹시 나를 아느냐고 물었다.
"눈이 마추쳤길래 인사드린거에요"
순간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그렇지!
우린 늘 어린 자녀들에게, 손주들에게 어른을보면 인사해야한다 가르친다.
그리고 정작 인사하라 가르친 어른에게 인사를 하니 나를 아느냐 묻는다.
그 이전에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데
어린 소녀가 내게 뭐라 이른다.
무릎을 낮추고 귀를 귀울이니
"안전선에서 물러나시라" 속삭이듯 이른다.
횡단보도 앞에 노랗게 도색된 노란 선
차도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하니 이선을 넘지 말란 뜻으로
안전선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자녀를, 손주를 가르쳐가며 한 세상 존경받고 살아야 할 어른이
아이들로부터 배우며 살아가는 것 까지야 그렇다치고
이 맑고 밝은 세상 꿈꾸며, 그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린이ㅡ 젊은이들에게 걸림돌이 되어가는, 되어버린 어른
내 얘기다.
.
.
.
.
대부도
50년전
책상을 같이했던 친구들이 모여
바야흐로 내일 모레면
“고래희”라는 70의 강을 건너야 한다며
밥 먹고 술 마시며 절절히 다짐한다.
저 걸림돌 거둬 디딤돌 놓아 다같이 손잡고 함께 건너자.
이 또한 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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