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에서 부르는 노래

트라우마 단상- 멀리 있거나 혹은 아직 곁에 있거나

조강옹 2024. 12. 16. 17:04

멀리 있거나 혹은 가까이 있거나

때론 감추고 싶은 것이 있다.

드러남으로 해서 불편하고 나아가 심히 부끄운 것이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결핍이랄지 열등감이랄지 주체할 수없는 감정

오래도록 상처가 되어 남는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상처로 남아 문득 문득 생각나고 그럴때 마다  아프고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 복받친다.

 

노래

전교생이 600명 남짓한 시골 중학교

음악을 가르치시며 교감을 겸직했던 선생님

음악 실기시험은 하나씩 불러내서 여러 친구들 앞세서 지정한 노래 한소절씩 부르라 하고

채점을 하셨다.

 

무슨 사정으로 실기 시험을 치르지 못한 나를

이튿날 선생님은 현관 앞으로 불러내서 불러보라했다.

 

 

선천적 음치로 노래를 잘부르지 못했던 내게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최악의 조건에서 치른 시험 결과는

중간에 '그만"하고서는 들으라는듯 "너는 공부는 잘하면서 노래는 못부르는구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심히 부끄러웠고 그 열등감은 오래 지속되었다.

 

세월이 흘러

직무교육차 입교하는 공무원 교육원

첫날 국민의례 식순에 따라 꼭 부르는 애국가를 제창하는데

앞세 서서 노래부르던 교육생이 흘끔 흘끔 뒤돌아 본다.

 

그러고 뒤돌아 보면서 한 마디 건넨 말인즉슨

"원래 그렇게 노래를 부르지 못하세요?"

심히 부끄러웠다.

 

직장에서 회식후 순서처럼 정해졌던 노래방

돌아가면서 마이크 주거니 받거니 노래부르는 시간

난 노래 못한다면서 사양을 빗댄 거부를 해오면서 고통스런 순간을 넘기곤 했는데

 

어느날

아주 "진상"을 만나 기여코 한곡 부르라 으름장에 

마지못해 마이크를 잡았건만  언제 시작해야 하는지

음정이고 박자고 중구난방 어려운 순간을 허우적 거릴때

 

짓궂은 후배 하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색하며

"노래를 부르시라했는데 웬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요"

 

흥이 많은 우리 민족

노래 하나로 스트레스 날리는 요령을 터득한 직장인들의 애환

 

나름 오늘은 노래 부르지 않음으로 해서 힘겨운 시간 넘겼다는 안도 끝에

모질게 내 마음을 할퀴던 그 한마디 한마디

 

내겐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문득 문득 아프고 아픔을 느낄적 마다  부끄럽다.

 

서양 영화에 

좌절한 아이에게 건네주는 어머니들의 격려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 줄 알지?"

"엄마는 네가 충분히 할 수있다는 것을 알아"

"너만이 할 수있는 일이 또 있어. 힘내!"

 

내게는 너무 멀리 있었던 칭찬- 

그 격려가 있었더라면

가정법은 현재사실의 반대라는 거역할 수없는 명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었을 걸" 

 

내일 모레면 "고래희"라는 칠순을 목전에 둔 노인네에게

 

아직도 남아있는 아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