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편린

조강옹 2025. 3. 22. 04:06

""

 

 

 

 

잘 가라, 다시 만나서는 안된다.

이른 계절 꽃잎보다 더 슬프게 떨어져간 너

바람이 아니었다.

이파리 하나 흔들거리지 않는 어느 오후

누군가 너를 놓아버렸다.

마흔 다섯 이 여름에

떨어지는 땡감 하나에도 나는 아파한다.

 

''를 모르기는 나도 마찬가지

너처럼 순서 없이 떨어져갈지라도

붙잡고 있는 존재에 대해 간구하지는 않을란다.

어차피 이 여름의 하루 하루가

측백나무 늘어선 초등학교 옆의 병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면서, 넘겨져버리는 월간지 책장같이 넘어지는 나날 아닌가?

 

하늘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비까지야 내리겠나만 '' 하니 저승에 닿은 소리

마흔 다섯 이 여름에 나는 자꾸 눈물이 난다.

.

.

.

 

23년전에 긁적이던 시 한 편

벌써부터 이때부터 나는 가려웠나보다.

육십 여덟 이 봄에 나는 자꾸 등이 가렵다.

'삶의 편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  (0) 2025.06.06
거 누구 없소?  (1) 2025.05.07
폭싹 속았수다.  (0) 2025.03.16
결혼식 축사  (1) 2025.03.14
서울대생들에게 고함  (1) 2025.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