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
잘 가라, 다시 만나서는 안된다.
이른 계절 꽃잎보다 더 슬프게 떨어져간 너
바람이 아니었다.
이파리 하나 흔들거리지 않는 어느 오후
누군가 너를 놓아버렸다.
마흔 다섯 이 여름에
떨어지는 땡감 하나에도 나는 아파한다.
'때'를 모르기는 나도 마찬가지
너처럼 순서 없이 떨어져갈지라도
붙잡고 있는 존재에 대해 간구하지는 않을란다.
어차피 이 여름의 하루 하루가
측백나무 늘어선 초등학교 옆의 병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면서, 넘겨져버리는 월간지 책장같이 넘어지는 나날 아닌가?
하늘이 갑자기 무거워졌다
비까지야 내리겠나만 '툭' 하니 저승에 닿은 소리
마흔 다섯 이 여름에 나는 자꾸 눈물이 난다.
.
.
.
23년전에 긁적이던 시 한 편
벌써부터 이때부터 나는 가려웠나보다.
육십 여덟 이 봄에 나는 자꾸 등이 가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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