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에 이르고 보니 새벽잠이 없어져.
눈 껌벅이며 천정 쳐다보기도 잠깐이고 으레껏 리모트콘트롤 찾아 티뷔를 켜게 되지.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수고한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런 저런 세상 소식 듣다보면 간밤 숙면으로 맑아진 정신이 금새 혼미해지는 것 같아.
그중 나은 것 찾아 이리 저리 채널 돌리는데 미국 뉴스채널이 지나가더군.
문득 누이가 생각나고 이어 “울릉도”란 시의 싯귀하나 가 떠오르는 거야.
/멀리 조국사직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
맑은 정신 혼미하게 하는 소식 중에 하나가 새로 칼자루 쥔 동네 사람들하고 대통령 형제를 둘러싼 정가얘긴데 4선국회의원에다 부의장을 지내는 사람의 동생이 대통령이 되었어.
더하고 덜함은 있겠지만 부와 권력을 더 이상 쥘 수 없을 만큼 한 아름 거머쥔 형제들이 많이 불편해 보여.
동생이 대통령이라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국회의원자리 새로 눌러앉으면 안 된다는 말이냐는 항변과 글쎄, 동생의 심중을 전해주는 이 없지만 혹여 이쯤에서 형이 물러나 주었으면 내가 맘 편히 일 좀 하겠는데 하고 있을까?
아니면 “‘온 놈이 온 말을 하여도’ 내친김에 우리 형제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올라봅시다 힘내세요.”라고 할까?
대통령과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까운 사람끼리 같은 집단에 속하게 될 경우가 종종있지. 그런 경우 형제는 물론이고 친인척까지도 공과 사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너는 너, 나는 나” 이렇게 각자 주어진 길을 걸어간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면, 지금까지 그렇게 올곧게 걸어온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데 쉬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을 테고 우리 문화, 정서상 동생이 맘 놓고 나랏일 할 수 있도록 형이 양보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 마치 검찰 같은 조직에서 후배가 추월해서 승진하면 쳐진 선배들이 자진해서 그 조직에서 물러나듯이..
그런데 이 동네 판이 이해득실로 워낙 복잡하게 얽히고 섥힌데다가 어지러울 만큼 재빠르게 헤쳤다 다시 모여들기를 무시로 하는 판이니 손가락 꺾어가며 덧뺄셈하듯 이게 옳고 저게 그르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것 같아보여
단지 내 생각엔 그러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란 말이냐”고 펄쩍 뛰기보다는 내 것이고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 남에게 내어줄 때 그것만큼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 있던가? 더구나 남도 아니고 “잘난 동생”을 위해서라면 더욱 그렇다는 얘기지.
우리 살아오면서 내 소중한 것 털어 남에게 베풀었을 때 서운함을 밀어내고 다가오는 그 뿌듯함, 그리고 이 자리에서 해서 외려 흠이 될지 모르겠지만
남에게로 건너간 내 것, 그래서 이젠 내 것이 아니라 여겼던 것들이 언젠가는 곱절로 불려져서 내게로 다시 돌아오지 않던가?
집나갔던 말이 새끼 쳐 돌아오듯이 말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식전부터 저리 시끄럽고 어지러울까했더니 그러더군.
꼭 대통령 형제만 놓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그 동네판 사람들이 하나같이 눈앞에 보이는 것에만 목숨 거는 것이 그렇다네, 누군가 얘기하는데 아무리 먹은 맘 하나 없이 깨끗한 사람일지라도 그 동네 발 한 짝만 들여놓으면 그렇게 금새 물이든다 그러데. 그러니 딱할 노릇이지. 형이나 동생이나 그 주변에서 서성거리며 부추기거나 편드는 사람은 물론이고 우리같이 멀찌감치서 구경하는 사람들까지 …….
눈앞에 보인다고 해도 욕심을 줄이면 모든 것 골고루 얻을 수 있는게 어디 뷔페식당에 접시 들고 줄서 본 사람만이 아는 얘기일까?.
아침 티뷔에 얼굴 비추며 이름 오르내리는 사람들
뷔페 초입에서 늘상 집에서 먹는 맨밥에 김치만 접시에 잔뜩 담아내려 서로 다투는 것 같이 보여. 몇 발짝 옮기지 않아 정작 맛있고 귀한 음식 앞에 서서 그것 담을 재간없어 발 동동 굴러가며 안달하는 꼴을 어찌 보아줄까?
잔뜩 흐린 하늘만큼 참 답답한 오후네.
두고온 땅에서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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