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대 - 열 세 식구가 한 집에 살던시절.
나는 주로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기거하시던 사랑채에서 주로 지냈는데 여름엔 망이 참 고운 모기장을 치고 잤다.
천정에는 지금도 기억에 선한 국화꽃 무늬의 벽지가 있었는데 밤에 자리에 누우면 천정위에서 쥐들이 때로는 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처녀쥐가 달아나는 척 하면 총각쥐가 쫒아가는 척 하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이쪽에서 우루루 하다 저쪽으로 우루루 몰려다니고 그것도 모자라 서로 희희덕거리기도 하는지 요란쓰레 찌찍거리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면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할아버지께서는 “이 놈의 쥐새끼들” 하시면서 방빗자루를 거꾸로 들고 천정을 쑤셔댔다.
일순간 쥐는 모두 죽은 척하는지 조용했다.
그러다 잠시후에 다시 이어지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언제쯤 저것들이 다시 몰려다닐까?
속으로 그거 카운트하다 잠이 들곤 하였다.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
그리 오래지 않은 한 때
여름날 밤 쥐들의 등쌀에 잠못이루다 누군가가 방빗자루 거꾸로 세워들고 천정을 두드리는 순간 잠시잠깐의 고요내지는 정적.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국화꽃 천정도 '죽은 듯' 하던 그 무리들도 모두 다 어디가고
맘졸이며 카운트 세던 소년은 이제 낼모레면 천명을 알 나이가 되어간다.
누구인가?
'죽은 듯'할 때 소년이 하던 카운트를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는 이는......
조강.
'삶의 편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주 짧은 안부 하나 (0) | 2019.12.24 |
---|---|
9월에 부치는 편지 (0) | 2019.12.24 |
오월 초이튿날 (0) | 2019.12.24 |
큰아들 편지 (0) | 2019.12.23 |
아비들을 위하여 (0) | 2019.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