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거더억 빠개지는 소리내며 열리는 부엌문 밀고 들어가
단지 뚜껑을 열고 종그래기로 하나, 둘. 셋..
마당끝 우물가 펌프질해서 절대 서두를 일은 아니다.
바가지 두 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물에 담긴 쌀 흔들어 옮기다 보면
돌에섞인 쌀 몇톨 남었다.
'널랑은 내 먹을게 아니다'
마당에 뿌려대면 조선닭 댓마리 우르르 몰려와 쪼아먹었다.
국민핵교 3학년이니 내 손도 고사리 같었겄지
솥뚜껑 열고 물 한 바가지 부었다 도루 퍼내는 것을 가셔낸다고 그랬다.
거기다가 일은쌀 붓고 왼쪽 손바닥을 얹은 다음
가운데 손가락 둘째마디와 세째마디 중간까지 물을 채우고 뚜껑을 닫었다.
네모난 성냥곽에 신앙촌이라 써있었던가?
성냥골 그어 아궁이 불 지피고 부짓깽이 가지구 이리 저리 뒤적이다 보면
솥뚜겅 틈새에서 내려오는 눈물같은 물줄기는 개흙바른 부뚜막에 닿기전
피슷 끓어 없어지는 것이 우는것 같이 보여 불때기를 멈췄었다.
하릴없이 불붙은 부짓깽이 가지고 바닥에 이름을 쓰거나 아궁이 속을 다독거리기를
얼만가 하다가 솔가루 한줌 넣어 다시 불 지피다 보면 뜨득 뜨득 하는 누룽지 달라
붙은 소리를 신호 삼아 밥짓기를 끝냈다.
부엌문 옆, 나무광에 남은 솔가루 얹고 몽당빗자루로 부엌 바닥을 얼기설기 쓸다
보면 들일 끝낸 울엄니 .........
'에고, 우리 아들 밥 잘도 짓네'
....................
애처로운 듯 환한 웃음지으시던 - 송글 송글 땀 맺힌 삼십 몇 년전의 울엄니
.
.
.
.
.
'얼른 뱉어요'
빈그릇 들이대는 표정없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그때 돌 하나 없이 잘도 일었는데.......'
그 말 한마디 입안에 돌 섞인 밥 더불어 뱅뱅 돌고
' 맹장걸릴라 ............'
삽십 몇 년 에누리 없이 늙으신 엄니말씀에
돌은 뱉어내고 말은 삼켜버렸다.
.
.
.
.
.
.
'나는 그때 돌 하나 없이 잘도 일었는데...'
꿀꺽....
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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